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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식의 이행저행] DLS피해자 "난 꼼꼼하고 의심 많은 성격"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9-09-18 10:00

▲ 신주식 금융증권부 금융팀장.
"뭘 해도 내가 직접 확인해야 하고 남이 하는 말은 곧이 듣고 따르지 않았어. 그렇게 일생을 살면서 자산을 모았는데 항상 웃으며 반겨주던 은행 직원이 예금 만기로 찾아간 나에게 예금 말고 4개월만 DLS에 담아두라고 권하더라구. 안하는 사람이 바보라면서…여기 와 있는 사람들 중에 아주머니들이 많은걸 보면 은행 직원들이 아주머니들한테 더 적극적으로 권한 게 아닌가 싶어."

키코공동대책위원회가 개최한 토론회에 참석한 초로의 한 남성은 이렇게 말하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최근 들어 기초자산인 해외금리가 오르고 독일 국채가 아닌 영국 파운드 CMS 금리 연계 DLS(Derivative Linked Securities)에 자산이 묶인 피해자는 사정이 좀 더 나은 상태이지만 토론회에 참석한 DLS사태 피해자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했다.

지난 6일 금융소비자원이 개최한 설명회와 18일 키코공대위가 개최한 토론회에 모두 참석한 피해자들은 어떤 설명을 듣고 따르는 것이 나은 선택인지에 대해서도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한 피해자는 "한쪽에서는 공동으로 민사소송을 진행해야 한다고 하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금감원 분조위에 조정신청부터 접수하는 것이 배상비율을 더 높일 수 있다고 해서 누구 말을 따라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공동소송에 나서면 승소시 지불하는 변호사비도 15%만 받겠다고 하는데 원금을 전액 찾는다는 보장도 없는데다 은행이 선임한 김앤장은 증거가 분명한 불완전판매 정황도 뒤집을 수 있는 법무법인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고민에 빠졌다.

금소원과 함께 공동소송을 준비하는 법무법인 로고스는 피해자들을 모아 민사소송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키코공대위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하고 금융사기 혐의에 대한 형사소송을 함께 진행하는 것을 권하고 있다. 개인이 은행과 민사소송에서 맞대결하는 것보다 금감원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대응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금소원과 키코공대위의 이와 같은 판단은 은행들이 판매한 DLS 상품에 대한 불완전판매 정황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피해자는 은행 직원이 통장에 적게는 30만원에서 많게는 50만원까지 현금을 입금해주며 가입을 권했다고 밝혔다.

한 피해자는 은행에 요청해서 받았다는 상품가입서를 보여주며 은행 직원이 대신 서명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 피해자는 "여러장에 걸쳐 서명란이 있는데 이 중 하나는 은행 직원이 서명했기 때문에 필체가 확연히 다르다"라며 "필체는 확인할 수 없을지 몰라도 연령대 체크란에 60대로 표시돼 있는데 난 아직 60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파생금융상품 투자로 손실을 입게 된 피해자들은 금감원 분조위나 공동소송을 통해 어느 정도까지 손실을 보전할 수 있을지에 대해 걱정하는 모습이다.

특히 김앤장과 같은 대형 법무법인을 상대로 불완전판매 판결을 이끌어내는 것이 힘들고 긴 싸움이 된다면 금감원 분조위의 결정을 보고 수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생각을 밝히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자녀들한테 피해사실을 아직 말하지 못하고 있다는 한 피해자는 "남편이 암투병 중에 은행을 갔다가 DLS상품에 가입해 1억원의 손실을 보게 됐는데 이것 때문에 남편의 병세가 더 심해지지나 않을까 걱정"이라며 "투자금을 전부 다 잃는다고 생각했는데 분쟁조정을 통해 절반이라도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면 이를 받아들이고 싶다"고 말했다.

키코공대위와 DLS사태 피해자들은 이달 말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에서 DLS사태를 이슈화시키지 못하고 시간이 흘러가게 되면 은행권에 대응할 동력도 약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젊은 사람이 60을 바라볼 정도로 고령층으로 구성된 피해자들이 집회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힘들다는 현실이 부담이다.

"피해자들끼리 모여서 얘기하다보니 세상에 암 걸린 사람은 또 왜 그리 많은지 모르겠어요. 우리 남편도 지금 암 걸려서 누워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