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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바꾼 AIA생명, 한국법인 매각 전초전(?)

인수합병업계, AIA그룹 한국법인 철수 및 매각 준비태세로 해석
"신임 피터 정 대표, 캐나다 매뉴라이프 아시아M&A 총괄 경력"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등록 : 2019-12-09 15:56

▲ 임기만료 1년을 앞둔 차태진 AIA생명 대표가 돌연 사임해 시장 관심이 집중된다.ⓒEBN
임기만료 1년을 앞둔 차태진 AIA생명 대표가 돌연 사임했다. AIA는 인수합병 전문가를 새 대표직에 앉혔다. 법인 매각 및 한국 철수를 염두한 전초전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AIA생명은 지난 4년간 최고경영자를 맡아온 차태진 사장이 퇴임함에 따라 신임 대표이사에 피터 정 AIA그룹 총괄임원을 최근 새 대표이사 사장(CEO)으로 선임했다. 회사 측은 인사 배경에 대해 "정 신임 CEO가 한국 시장에서 AIA바이탈리티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론칭시키고 특히 SK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에 있어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피터 정 CEO가 AIA생명 한국법인 새 수장으로 임명된 점을 주목한다. 정 CEO는 AIA그룹 지역비즈니스개발 총괄임원으로 재임하며 태국과 한국, 그룹 파트너십 채널을 맡아왔다.

하지만 AIA에서의 표면적 커리어와는 달리 정 CEO는 기업금융업계에선 인수합병 전문가로 통하고 있다. CFA(공인재무분석사)이기도 한 정 대표는 AIA생명에 몸담기 전 캐나다계 생명보험사 매뉴라이프에서 아시아지역 재무 임원 및 인수합병 총괄로 재직한 바 있다.

M&A 전문가를 대표이사직으로 뽑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보험업계는 재무 전문가인 정 대표를 대표이사직에 둔 배경을 필요시 한국 법인 매각을 통한 사업 철수를 속도감 있게 진행한다는 매각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재무 여력 및 실적이 하락세인 AIA생명 경영 상태가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의 생보사들은 현재 실적 부진과 저금리, 저성장 기조 속에서 새로운 규제 환경 하에서의 추가 자본조달이라는 숙제까지 안고 있다.

AIA생명도 이같은 난기류를 피하지 못했다. 차태진 사장 취임 이후 AIA생명은 2016년 2315억원, 2017년 287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으나 2018년 686억원으로 추락했다. 올해 3분기는 41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1023억원 줄어든 실적이다. 회사 측은 자산운용 수익률 하락과 법인화 비용 탓으로 순이익이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3분기 AIA 운용자산수익률은 3.23%로 전년보다 0.29% 떨어졌다.

AIA생명은 1987년 지점 형태로 한국에 진출해 지난 2018년 1월 법인으로 공식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AIA생명은 영업기금 2572억원대 지점에서 1조원 자산을 보유한 법인으로 탈바꿈했다. AIA생명이 글로벌 사업 최초로 현지국에 맞춘 법인화를 선택했다는 점도 '용이한 사업 정리 및 매각'에 방점을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AIA생명은 법인 설립 과정에서만 수백억원대 비용이 발생했을 것"이라면서 "야심차게 법인으로 출범했는데 정작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AIA생명은 최악 상황의 경우 매각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그는 "한국법인이 AIA 글로벌에서 가장 낮은 수익성을 기록한다는 점도 부정적인 기류를 형성케하는 배경"이라고 덧붙였다.

AIA그룹이 '벌이'보다 '씀씀이'를 문제 삼고 CEO교체 및 사업 철수를 고려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경기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내실에만 초점을 맞춰 보험사 경영을 판단했다는 얘기다. 단기간의 '숫자' 중심 경영으로 전락한 보험 산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풀이도 제기된다.

AIA생명 최근의 사업 '실패작'은 서비스 1주년을 맞은 건강관리 프로그램 ‘AIA 바이탈리티’다. 글로벌 헬스란 명목으로 'AIA 바이탈리티'는 지난해 SK C&C 및 SK 텔레콤 기술을 접목해 계약자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도하는 건강관리 앱을 선보였다. 건강한 생활습관과 플랫폼 및 보험상품을 결합하고자 했던 이 서비스는 비공식적으로만 약 1000억원대 비용을 집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같은 사업 결정에 대해 글로벌 보험권에서는 부정적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세계 금융업이 워낙 미래 사업이 불확실한 상황이어서다. 글로벌 보험권 한 관계자는 "세계 전반이 '많이 버는 것'보다 '적게 쓰는 것'에 무게 중심을 두는 '내실 경영'을 화두로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리스크 관리'가 금융사 경영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된 점도 AIA생명 한국 법인 철수설에 힘을 보탠다. 많은 금융사들이 현재 영업은 물론 신사업 진출, 인수합병 등 사업 다각화 등 경영 전반에 걸쳐 리스크 검토를 최우선시 하고 있어서다.

이같은 경영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 생긴 손실을 메우고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많은 금융사들이 장기간 어려움을 겪으면서 생겨났다. 앞으로도 경기 불확실성은 높을 수밖에 없고, 신사업 진출, 인수합병 등 경영 전반에 있어 재무 라인의 부상 및 비용 관리 이슈는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적은 이익이라도 야무지고 확실하게 벌고, 업무 수준을 끌어올리면서 비용은 줄이는 불황대비형 사업구도가 일반화되는 '뉴노멀 경영시대'로 이해하면 된다"며 "'내실'을 보험사 경영에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AIA생명 한국법인은 전세계 체인 중 유일하게 현지 법인화에 성공한 케이스"라면서 "만약 한국 지점형태를 유지했다면 지점 형태에서 사업 엑시트는 계약이전으로만 가능한데 동종업계 보험사들이 AIA 보험 계약을 받아주기란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사업 라이선스를 보유한 법인 형태로는 매각을 시도해볼만 하고 AIA생명이 작지도, 크지도 않은 규모인 만큼 경영참여가 주 목적인 사모펀드업계에서는 관심을 가질만하다. 결국 시장에서 형성될 가격이 관건"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지난달말 미국 푸르덴셜파이낸셜이 골드만삭스를 주관사로 선정, 푸르덴셜생명 한국법인 매각이 진행되고 있다. 앞서 ING생명이 한국 시장을 철수했다. 보험업계에서는 푸르덴셜생명의 매각 시도가 외국계 보험사 한국 엑소더스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