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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환불 0건'...車 레몬법 1년째 '헛바퀴'

요건 및 절차 까다롭고 복잡···총 52건 중 0건
피해자 강씨 "제조사 합법적 악용 수단으로 전락" 분통

권녕찬 기자 (kwoness@ebn.co.kr)

등록 : 2019-12-12 15:39

▲ 자동차 교환·환불 제도 '레몬법'(Lemon Law) 시행 1년. ⓒ연합

자동차 교환·환불 제도인 '레몬법'(Lemon Law)이 도입된 지 1년이 다 돼가지만 여전히 헛바퀴만 돌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환·환불을 받을 수 있는 요건과 절차가 매우 까다로워 개선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6월 B사의 소형 SUV를 구매한 강모(34)씨는 차를 인도 받은 지 두 달도 안돼 정비소에 가야 했다. 정차 후 가속페달이 먹히지 않는 이상 현상 때문이었다.

강 씨는 이후 정차 후 시동이 완전히 꺼져 버리는 현상도 발생해 8월부터 3달간 총 4차례나 수리를 받았다.

그는 "인생 첫 차였는데 너무 속상하다"며 "이 일 이후로는 불안해서 누구를 태우지 않고 되도록 혼자 타고 다닌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강 씨는 환불을 받기 위해 국토교통부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 중재 절차를 밟고 있다. 그러나 강 씨가 환불 받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관련 절차를 '완벽히'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레몬법에 따르면 하자가 발생해 추후 교환·환불을 받기 위해선 반드시 자동차제조사에 하자재발통보서를 '미리' 보내야 한다.

강 씨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4차 수리를 받은 뒤 이를 뒤늦게 깨닫고 통보서를 보냈다. 하지만 이 때문에 환불을 못 받을 수도 있다는 얘길 들었다.

그는 "이 부분에 대해 제대로 안내를 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차가 고장났으면 수리받고 하는데 정신 없지 어느 누가 (교환·환불을 미리 염두해두고) 그런 것들을 일일이 챙기겠냐"고 말했다.

이외에도 교환·환불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까다로운 탓에 제도적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신차를 교환·환불 받으려면 관련 규정을 100% 충족해야 한다.

△신차 매매 계약시 교환· 환불 보장 등이 포함된 서면계약에 따라 판매된 차.
△자동차가 인도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중대 하자는 2회 수리, 일반 하자는 3회 수리했음에도 재발. 이때 1년이 안 됐더라라도 2만km를 초과하면 불가.
△ 자동차 인도된 날로부터 2년을 초과하면 교환·환불 요청 불가.
△ 1회 이상 수리한 경우 누적 수리기간이 30일 이상 초과.
△ 중대 하자는 1회, 일반 하자는 2회 수리 후 하자 재발 시 제조사에 하자재발통보서 발송.

이러한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교환·환불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관련 요건과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결함 입증 책임이 사실상 소비자에 있다는 점도 필수 개선 사항으로 꼽힌다.

강 씨는 "레몬법이 소비자들의 피해를 구제하는 법안이 아니라 오히려 제조사가 합법적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신차가 고장나면 소비자들은 영문도 모른채 불안감과 당혹함에 휩싸이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알아서 챙겨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탓에 도입 이후 1년이 지났지만 교환·환불 사례는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현재까지 총 52건의 중재 신청이 접수됐지만 실제 교환·환불 사례는 0건이다.

소비자 불만이 계속되자 정부 당국은 제도 개선에 나서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는 차량 교환·환불의 요건을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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