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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뱅킹 전면 시행됐는데…은행 영업은

실적 압박 원흉 '권유직원' 번호 입력 시스템…실적 구걸하는 은행원
직원 할당량 부여, 가입률 '살포'…"수치만 올라가면 좋은 결과인가"

이윤형 기자 (y_bro_@ebn.co.kr)

등록 : 2019-12-18 15:03

▲ 오픈뱅킹은 은행 간 벽을 허무는 '혁신 서비스'지만, 은행들의 영업은 영업직원은 물론 전 직원에게 고객 '할당량'까지 정해주면서 실적을 압박하는 후진적 방식에 머물러 있다는 후문이다.ⓒ게티이미지뱅크

하나의 은행앱에서 모든 은행의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오픈뱅킹(Open Banking) 서비스에 전국 16개 은행은 물론 31개 핀테크 기업까지 가세하면서 전면 시행된 가운데 주요 시중은행들의 후진적인 영업방식은 여전하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오픈뱅킹은 은행 간 벽을 허무는 '혁신 서비스'지만, 은행들의 영업은 영업직원은 물론 전 직원에게 고객 '할당량'까지 정해주면서 실적을 압박하는 후진적 방식에 머물러 있다는 후문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이 오픈뱅킹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가입률 확대를 위해 직원들에게 할당량을 부여하고, 실적을 핵심성과지표(KPI)에 반영하는 등 압박 행태가 여전했다.

실제 지난 10월30일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지탄을 받아온 서비스 가입 시 '권유직원 번호 입력' 시스템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그 결과 압박에 못이긴 은행원들의 몸부림은 곳곳에서 포착됐다. 은행원 개인이 운영하는 포털사이트 블로그나 카페에서는 가입 방법과 사용법을 설명하고 '권유직원 번호란에는 OOO을 넣어달라'는 내용의 포스팅이 공식처럼 사용됐다.

이밖에 다수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오픈뱅킹 실적을 맞바꾸자' '댓글에 번호 올려주면 선착순으로 권유직원 번호를 입력하겠다'는 품앗이 행태도 수없이 이뤄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권유직원 번호 시스템은 오픈뱅킹 서비스 출시 때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금융 서비스가 출시될 때마다 '없어져야할 영업 행태'로 지적돼 왔지만,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며 "은행들은 단순 입력 시스템일 뿐 실적 압박과 무관하다고 설명하지만, 일반 직원들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부 은행에서는 구체적인 사례도 나왔다. 지난달 A은행 일부 영업점에는 직원 한 명당 일정 수 이상의 오픈뱅킹 고객을 유치하라는 지시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한 직원은 "오픈뱅킹 첫 날 한 명당 15명의 가입자를 유치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모든 영업점이 그런 건 아니고 할당 여부나 할당 인원은 영업점별로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비공식적 지시인만큼 계량적 불이익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할당이 내려온 것 자체가 앞으로 평가에 반영하려는 의도로 보여 비계량적 불이익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은행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일부 시중은행 영업점에서는 매일 직원의 오픈뱅킹 관련 실적을 점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점이나 개인의 성과를 평가하는 지표에 오픈뱅킹을 새로 추가한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은행에서는 직접적인 불만이 터져 나왔다. B은행이 오픈뱅킹 사전 서비스 때부터 가입률을 올리기 위한 목적으로 직원들에게 과도한 실적 압박을 강요했다는 내부 불만이다.

지난 12일 익명을 요구한 B은행 직원은 당행의 오픈뱅킹 가입 권유 행위에 대해 '본부부서 TF의 행태입니다'라며 불만을 담은 메일 한 통을 보내왔다.

이 직원에 따르면 B은행 오픈뱅킹 테스크포스팀(TFT)은 당행 직원들의 가입률이 저조하다며 부서별 가입 실적을 그대로 첨부한 '가입 권유' 메일을 전 직원에게 배포했다.

이 직원은 당행 TFT의 오픈뱅킹 전 부서 가입 실적표 공개를 '살포'라고 표현했다. 그는 "영업조직이라는 태생적 특성으로 인해, 은행의 실적 독려(압박)은 언제나 있었지만, 주로 대고객 상품·서비스 마케팅에 주력했던 게 통상적 형태였다"며 "그것도 해당 상품 판매담당 조직과 직원에 대해서였다. 그러나 이렇게 부서별 가입률을 살포하며 전사적으로 요청한 사례는 통상적이라 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이 문제는 단순한 실적 압박이 문제가 아니라고 언급했다. 그는 "본인 가입이든, 주변사람까지 권유든 실적 압박을 떠나서 단기적이고 의미 없는 실적 수치에 목매는 경영진과 본부부서의 모습을 성토하고 싶다"고 불만 목적을 밝혔다.

그는 이어 자신이 생각하는 올바른 오픈뱅킹 영업 방식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현재 오픈뱅킹은 초기이고, 은행권 공동 출시 서비스기 때문에 UX/UI는 조금씩 다를지 몰라도 서비스 골자는 은행마다 비슷한 상황"이라며 "오픈뱅킹 자체보다, 오픈뱅킹을 통해 주거래은행의 이동 유연성이 한층 높아졌음을 인식하고 신규고객은 늘리며 이탈고객은 줄일 수 있는 전략상품/서비스 개발과 영업에 힘써야 하지 않나. 이렇게 직원들을 가입시켜 수치만 올라가면 좋은 결과인지 되묻고 싶다"고 타박했다.

이 같은 지적은 은행권에서도 일부 공감을 얻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서비스 경쟁력이 아닌 권유 혹은 강요로 늘린 고객 수가 당장 오픈뱅킹 선도 업체 기준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 사용자를 늘리지 않는 전략이라면 이 수치는 아무 의미가 없다"며 "오픈뱅킹 뿐만 아니라 은행의 모든 서비스를 일단 가입자 수를 늘리려는 문화부터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