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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내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정중동'

역대 최저 금리에도 "경기부양 목적 금리인하 필요"…소수의견 2명 인하에 무게
한은, 추가완화 여력에도 관망세…부채부담 속 경기반등 예상·모멘텀 크지 않아

이윤형 기자 (y_bro_@ebn.co.kr)

등록 : 2019-12-26 14:06

▲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연합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인 연 1.25%까지 내려갔지만 내년 통화정책 전망은 갈리고 있다. 기준금리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음에도 경기부양을 이유로 추가 금리인하가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과 동시에 현재 기준금리 수준도 역대 최저일 정도로 완화적인 만큼, 내년은 연중 금리동결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체로 시장에서는 여전히 추가적인 금리인하를 기대하는 분위기인 가운데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을 결정지을 변수는 경기 흐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추가 금리인하의 필요성은 경기반등이 목적이어서, 내년 경기가 반등하면 한은이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물가에 불확실한 실물경기 회복세가 맞물리면서 시장에는 이미 상반기 금리인하 기대가 깔린 상태다.

내년 경기 흐름이 한은 전망과는 달리 반등이 쉽지 않다는 판단이 나오는 가운데 내년 국내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국내외 주요 기관들의 내년도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민간연구소 LG경제연구원(1.8%)과 한국경제연구원(1.9%), 해외 투자은행(IB) 모간스탠리(1.8%), 뱅크오브아메리카(BoA·1.6%) 등은 한은 전망치(2.0%)를 하회하는 전망을 내놨다.

이밖에 국제통화기금(IMF)이 2.2%로 내다봤고, 한국은행·한국개발연구원(KDI)·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3%하면서 비교적 높은 전망치를 제시했지만, 이 역시도 여전히 잠재성장률(한은 추정 2.5∼2.6%)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한은 입장에서도 추가 금리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도 다소 완화한 측면이 있지만 여전히 경기 흐름을 바꿀 만한 변수로 지목된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중이 1단계 무역합의를 했지만 이후 협상이 쉽지 않다고 본다. 무역협상 관련 불확실성이 지속된다면 한은은 내년 상반기 중 금리를 한 차례 내릴 것"이라며 "한은의 경기 판단은 낙관적인 측면이 있다. 회복이 된다고 해도 올해 크게 부진했던 부분의 기저효과에 의한 반등으로 유의미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김명실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1단계 무역합의 때문에 심리지수가 상승하는 부분은 있었지만, 내년 지표에 개선세가 나타날 것 같지는 않다"며 "재정지출이 속도를 내고 여기에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뒷받침을 하면서 경기 회복 강도를 높여가지 않을까 한다"고 전망했다.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하 소수의견이 사실상 둘이라는 점도 내년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 무게를 더한다. 내년 4월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금통위원 4명이 한번에 교체되면서 발생할 변수도 크지 않다는 전망이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소수의견을 낸 신인석 위원 외 조동철 위원이 동결을 주장했지만, 그간 입장과 발언을 복기해보면 사실상 인하 소수의견은 2명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지난달만 해도 조동철 위원은 마이너스 기준금리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는 한편, 불과 2주 전에도 한국의 실질 기준금리가 OECD 회원국 중 세번째로 높은 수준이라고 우려를 드러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통위원 교체에 대해서는 "금통위원 4명 교체가 정책 시기에 결정적인 영향인 것처럼 거론되고 있으나, 정부가 경기 부양 을 어느 때보다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위원 교체가 판단에 결정적인 요인이 될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은은 금리인하 여지를 남기면서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관망적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주열 총재는 최근 "통화정책을 완화 기조로 유지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완화할 수 있는 정책의 여지가 있다는 것을 여러 번 강조해 왔다"면서도 "저물가에 대해 통화정책만으로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 같은 언급은 한은이 내년 하반기 국내 경기가 반등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은은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을 연 2.3%로 본다. 상반기에 2.2%를 기록한 이후 하반기에 2.3%로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 상승 흐름이 추가 금리인하를 제약하는 분위기도 있다. 금리를 추가로 내릴 경우 가계부채가 확대되면서 금융안정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장에서도 한은이 내년 연중 금리동결을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올해 두 차례 이뤄진 금리 인하가 주택 수요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완화적 금융 여건으로 인해 차입 비용이 낮아짐에 따라 주택 수요를 높이는 한 요인이 된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경기 회복세가 대체적인 기대와 달리 지연될 가능성도 통화정책 방향 설정을 주저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결국 경기가 반등하겠지만 강도가 강하지 않으면서 반등 흐름이 불안정하다는 걱정섞인 시각을 떨쳐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29일 금융통화위원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중반부터는 글로벌 불확실성 완화와 정보기술(IT) 업황 개선 등에 힘입어 수출과 설비투자가 완만하게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다만, 내년 전망치가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보면 우리 경제의 성장 모멘텀이 강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