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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금융사 전쟁上]철저한 소비자보호 vs 금융사 억누르기

DLF·라임사태·키코·즉시연금 두고 규제당국과 사업자 대결
종합검사 결과물 도출될 올해 '칼과 방패 싸움' 심화 예고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등록 : 2020-01-19 10:02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풀뿌리 금융학자다. 금융정책과 감독방향이 인류 보편적 관점에서 일반 금융소비자를 지향해야한다는 개혁파로 분류된다. 자연히 소수 기득권, 금융플레이어의 수익적 관점과는 거리가 멀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전쟁도 불사하겠다며 금융회사를 상대로 선전포고를 던졌다. 4년간 멈췄던 종합검사도 부활시켜 금감원과 금융사 간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전개 중이다. 이 기간 공교롭게도 시장에선 각종 금융사고가 터져 이들간의 게임은 더욱 긴박해졌다. 신년 인사로 전열을 정비하는 금감원은 공정한 거래가 불가능했다고 여기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수 있을까. 대응하는 금융사들은 자신의 약점은 방어하면서 사업 혁신에 도달할 수 있을까. 이 전쟁의 최후가 주목된다[편집자주]

▲ ⓒEBN

금감원 종합검사 첫 타깃은 보험사였다. 난해한 보험 약관과 사업비 과용 관행은 보험금 지급보다 영업에만 열을 올리는 보험사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와서다. 하지만 현재 세간의 관심은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에 대한 제재 여부에 있다.

지난 16일 파생결합펀드(DLF)를 판매한 이들 은행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렸지만 결론을 맺지 못해 다음으로 연기됐다. 오전 10시 시작된 KEB하나은행에 대한 심사는 오후 7시까지 이어졌다.

이어 진행된 우리은행에 대한 심사도 오후 9시까지 전개됐다. 제재심의 위원들은 경영진과 은행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론내지 못한 채 다음 제재심을 예고했다. 다음 제재심은 오는 22일 열린다.

은행 측은 또 손 회장과 함 부회장 등 경영진이 DLF 불완전판매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반면 금감원은 지배구조법, 사회적 파장 규모 등을 근거로 부실한 내부통제에 대해 은행 최고경영자가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징계 수위와 시점에 따른 후폭풍 때문에 해당 은행 셈법이 복잡하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말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연임이 결정됐다. 손 회장 연임은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임원 중징계는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의 의결이 필요하기 때문에 손 회장의 운명은 금융위에 달린 셈이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은 차기 하나금융 회장으로 거론된다. 현 김정태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중징계가 결정될 경우 차기 회장직에 도전할 수 없다.

DLF 뿐만 아니라 금감원과 은행은 라임자산운용 사기,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배상 등을 놓고 사사건건 격돌하고 있다. 금감원은 은행이 철저한 소비자보호로 고객의 신뢰를 지켜야 한다는 반면 은행들은 무조건 은행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감독당국의 억누르기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취임 후 가진 은행과의 만남에서 "쓸모 있는 금융"을 강조했고 송년 기자간담회에서도 "DLF 제재는 법과 규정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하고 그러면서도 시장에 올바른 시그널을 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뚜렷한 징계 필요성을 시사했다.

이에 반해 은행권은 금감원이 행하는 행정권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DLF 관련 은행들은 경영진 제재는 법적 근거가 모호하다고 비판한다.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는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만 명기돼 있지, 이를 미이행할 경우 경영진을 처벌할 수 있다는 조항은 없다는 주장이다.

키코에 대해서도 은행은 "법상 배상 시한이 지난 데다 해당 상품 투자자인 기업고객은 충분한 판단을 통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금융사기로 간주되고 있는 라임 펀드에 대해서도 은행은 "설계된 상품구조만 보고 판매를 결정할 뿐 운용에 대해 판매사 책임을 묻는 것은 불합리하다"면서 "공시 제한성이 있는 사모펀드 특성상 은행이 사전에 위험을 세세히 판단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은행권 관련 사고가 현안인 현재 금감원과 보험사 간의 갈등도 잠복해 있다. 윤 원장은 취임 이후 보험사를 정면 비판했다. 2018년 9월 보험사 대표들과의 만남에서 윤 원장은 "보험 가입은 쉽지만, 보험금을 받기는 어렵다는 인식이 여전히 팽배해 있다"며 "보험 약관이 이해하기 어렵고, 내용 자체가 불명확해서 민원·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작심 비판했다.

이는 대형 보험사와의 즉시연금 논란이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초기사업비.위험보험료 공제액을 만기에 메워주기 위해 매월 연금에서 떼어 적립하는 돈) 공제와 관련한 약관의 모호한 표현에서 야기됐음을 점을 에둘러 지적한 것으로 풀이됐다.

즉시연금 관련 금감원과 대형 보험사와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윤 원장은 보통의 소비자들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보험사를 경영해달라고 당부해왔다. 보험업계가 나름대로 소비자 권익 제고에 나서왔지만 여전히 소비자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둘러싼 이번 갈등은 난해한 약관이 끼친 대표적인 사회적 갈등으로 꼽힌다.

보험사 관계자는 "소비자보호 강화도 당연히 이뤄져야 하지만 이익을 통해 지속성장하는 기업의 태생적 특성을 금융당국이 이해해줬으면 좋겠다"면서 "지켜야할 의무 강조와 함께 보험료 인상과 같은 시장 활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DLF과 라임 사태를 해결하고 있는 금감원은 지난해 이행했던 은행과 보험사에 대한 종합검사 결과도 올 1분기 내 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금감원은 KB국민은행과 KB금융지주, 신한은행과 신한금융지주 등 은행권을 비롯해 삼성생명·한화생명·D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보험권 및 금융투자업권 테마검사를 완료했다.

문재인 정부 4년차를 맞는 현재 금감원이 행한 여러 금융개혁에 대한 평가가 거론될 전망이다. 금융사들은 "금감원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식으로 이중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며 불만을 피력하고 있다. 이에 금감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정보 수집와 분석에서 우위에 있는 금융사들은 회사만을 위해 위험에 대비한 능력과 사업경쟁력을 발휘하면서 고객에게 뒤따르는 위험을 전가해왔다.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비자를 우선한다면 당연한 조치란 얘기다.

올 한해 금감원과 금융사의 칼과 방패 싸움이 깊어질 전망이다. 윤 원장의 말대로 이 금융 전쟁을 통해 금융사는 스스로 발전하고, 우리 경제의 건전하게 이끌 수 있을까. 전쟁에 지친 금융사들은 혹여 변화,혁신에 힘쓰기보다 시장 수성에 그칠까. 전쟁이 가져올 시장 영향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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