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시간 : 2020년 05월 05일 17:06
EBN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뉴스스탠드
실시간 News

"LG와 합의냐 ITC 불복이냐"…배터리 조기 패소 SK 결정은?

미국 무역위, 조기패소 판결로 LG화학 손 들어줘
판결 번복 사례 드물어, 최종패소시 미국수출 제한
트럼프 거부권 노릴 가능성…"리스크 조기해소 최선"

윤병효 기자 (ybh4016@ebn.co.kr)

등록 : 2020-02-17 14:42

▲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공장. 2021년 기계적 완공, 2022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중대 결정 기로에 놓였다. LG화학과의 미국 배터리 특허소송에서 패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합의에 나설 것인지, 아니면 끝까지 소송에 임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업계에선 합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만, 천문학적 규모의 손실이 걸린 일인만큼 강공으로 나설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17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현지시각으로 지난 14일 미국 무역위원회(ITC)는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간의 특허소송에서 LG화학이 요청한 조기패소 판결을 받아들였다. 즉, ITC가 LG화학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로써 ITC는 예정했던 3월 중간변론 등 남은 절차를 모두 없애고 오는 10월 최종 판결만 남겨두게 됐다.

지난해 4월29일 LG화학은 미국 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이 자사 전문인력 채용을 통해 영업기밀을 빼갔다며 제소했다. 8월30일 SK이노베이션도 LG화학이 자사 배터리 기술특허를 침해했다며 미국 ITC와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11월14일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증거를 인멸하려는 증거가 포착됐다며 ITC에 조기패소 판결을 요청했다.

LG화학은 조기패소 판결을 요청한 근거에서 "SK이노베이션이 증거보존 의무를 무시한 조직적이고 증거인멸 행위를 했으며, ITC의 포렌식 명령을 준수하지 않은 법정모독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ITC는 LG화학의 주장을 받아들여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을 내렸다. ITC가 이 상태로 최종결정을 내리면 SK이노베이션은 미국으로 배터리 셀, 모듈, 팩 등 관련 부품 및 소재의 수출이 전면 금지된다.

뿐만 아니라 SK이노베이션이 현지에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 가동 여부도 불투명해진다. 현재 미국 조지아주에 1조1000억원을 투자해 건설 중인 9.8GW 규모의 배터리공장을 건설 중이다. 2021년 기계적 완공, 2022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LG화학이 지방법원에 제소한 델라웨어주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현지법인 SKBA(SK Battery America)가 있는 곳이다.

업계에선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과 합의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ITC의 조기패소 판결이 거의 뒤집힌 적이 없다"며 "리스크는 최대한 빨리 해결하는 것이 좋기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요구대로 특허침해에 대해 인정과 사과를 하고 배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이 의외로 강공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SK이노베이션은 ITC 조기패소 판결에 대해 다소 불만스런 입장을 보였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이번 소송이 시작된 이후 법적 절차에 따라 충실히 소명해 왔다"며 "공식적 결정문을 받아야 구체적 결정 이유를 알 수 있겠지만, 주장이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드물지만 ITC의 최종 판결이 뒤집힌 전례도 있다. 2013년 ITC가 삼성전자와 애플간의 소송에서 삼성전자 손을 들어줬지만,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자국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이를 인정하지 않는 거부권을 행사했었다.

SK이노베이션도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을 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공장에 1조1000억원을 투자해 공장을 건설 중이다. 특히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18년 11월 SK의 밤 행사에서 "(미국 배터리)사업이 잘되면 50억달러까지 투자를 확대하고 6000명 채용도 가능해질 것"이라며 추가 투자를 언급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 미국법인은 지난해 6월 미국 국무부가 발표한 '미국 투자 우수기업'으로 뽑혔으며, 지난해 3월 조지아공장 기공식에는 월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이 직접 참석해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투자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기 위한 계획이 결실을 보고 있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LG화학 역시 이미 미국 미시건주에 배터리공장을 운영 중이고, GM사와 합작으로 오하이오주에 총 2조7000억원을 투자하는 배터리셀 공장을 건설하고 있어 미국 행정부가 SK이노베이션에만 특혜를 주기는 힘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터리산업은 반도체를 능가할 정도로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선 리스크를 조기에 해소하고 사업을 안정적으로 가져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