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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짙어지는 제재 수순…'불복에 대가?'

'비번 무단변경' 금융사고 성립 여부 공방…"결과 상관없이 제재" 논란
예정된 '뒷북 제재' 의혹, 손태승 회장 퇴진 위한 '추가 압박' 정황도

이윤형 기자 (y_bro_@ebn.co.kr)

등록 : 2020-02-19 15:00

▲ 해외금리연계 DLF(파생결합펀드) 사태로 벌어진 금융감독원과 우리은행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금융감독원

해외금리연계 DLF(파생결합펀드) 사태로 벌어진 금융감독원과 우리은행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DLF 사태 이후 연이어 불거진 우리은행 '비밀번호 무단 변경' 사건과 관련, 금감원이 연루된 직원뿐만 아니라 은행도 제재하기로 결정하면서다.

금융권에서는 '비밀번호 무단 변경' 사건의 최대 쟁점이 '금융사고' 성립 여부로 좁혀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사고 여부와 상관없이 제재가 가해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불복에 대한 대가라는 해석이다.

앞서 DLF 사태로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사퇴를 거부하고 법정 소송을 통해 연임할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이 우리금융의 다른 규정 위반 사건을 내세워 압박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는 게 일각의 주장이다.

1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우리은행 일부 직원의 비밀번호 무단 도용 안건을 최대한 신속히 제재심에 올리기로 했다.

우리은행 직원 313명이 2018년 1월부터 8월까지 스마트뱅킹 비활성화 고객 계좌의 임시 비밀번호를 무단으로 변경해 활성계좌로 만들었다는 혐의에서다. 고객이 사용하지 않던 계좌가 비밀번호 등록으로 활성화하면 새로운 고객 유치 실적으로 잡힌다는 점을 악용한 사례였다.

해당 사건에 대해 금감원과 우리은행 모두 문제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다만, 사건이 드러난 경위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우리은행 측은 2018년 7월 자체 감사 시스템을 통해 이런 문제를 적발하고, 즉시 시정 조치했다고 주장한다. 또 같은 해 10월 금감원의 경영실태평가 때 해당 사실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감원 주장은 다르다. 금감원이 우리은행에 대한 경영실태평가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금감원 검사부서가 이 사건을 적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후 은행 측과 사실 확인 과정에서 '자체 검사를 통해 파악한 사건'이라는 답변을 받았다는 주장이다.

사건 해석에 대해서도 의견은 교차한다. 금감원은 해당 사안이 금융사고에 해당해 우리은행의 부실한 대처가 현행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반면 은행 측은 금전적 손실 등 별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으므로 금융사고가 아니라고 맞서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 사건은 금감원의 중징계에도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연임을 강행하겠다는 결정을 내린데 대한 추가 압박 카드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사건이 알려진 시점이 석연치 않은 것도 앞선 해석에 무게를 더한다. 손 회장은 지난달 30일 중징계가 결정된 뒤 다음 날 열린 이사회에서 "거취를 고민할 수 있도록 2월 7일까지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런데 이사회 이틀 전인 5일, 1년 넘게 지난 이 사건이 갑자기 한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양측이 밝힌 사건 경위만 보더라도 인지 시점은 1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특별한 조치를 내리지 않다가 손 회장 연임 시점에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의혹이 번지면서 금감원은 해당 사건에 '금융사고' 성립 여부와 관계없이 우리은행을 제재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내부 통제 미비 등을 이유로 또 한 번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있다.

우리은행 측은 "금감원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입장 표명에는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해당 사건은 정보 유출이나 금전적 피해 사실이 없었다. 재발 방지를 위해 해당 건에 대한 실적을 차감하고, 시스템을 전면 개선하는 등 발 빠르게 조치했다"는 설명만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