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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임 헤지펀드, 금융둥지에 알낳은 뻐꾸기…정책 덕봐"

금감원 "미국에서 헤지펀드는 자산운용사라기 보다는 투자모임"
1인매니저 유명세 의존하는 헤지펀드, 제도권금융 맞는지 의문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등록 : 2020-02-19 17:05

▲ ⓒEBN

금융감독원이 라임자산운용 사태를 두고 "출자자(LP) 이익 극대화를 위한 사적 투자 모임이 사모펀드로 둔갑해 금융둥지에 알을 낳고 금융 행세한 격"이라고 비판했다.

규제를 피해 대박의 기회를 쫒는 헤지펀드는 펀드매니저 역량에 따라 성과가 치우쳐질 수도 있어 감수해야할 위험이 상대적으로 더 큰 데다 운용 성과에 따른 높은 보수를 쫒는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파생결합펀드(DLF)에 이어 라임사태까지 번지자 ‘소비자 보호장치 강화 없이 규제가 완화된 점을 꼬집으며 정책·감독 실패론을 제기한 상태다.

1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 관계자는 라임 사태를 뻐꾸기의 탁란(托卵)에 비유했다. 탁란은 스스로 둥지를 틀지 않고 다른 새 둥지에 알을 낳는 뻐꾸기의 습성을 말한다. 부화한 뻐꾸기 새끼는 다른 알과 새끼를 둥지 밖으로 떨어뜨려 둥지를 독점하고 '의탁한 어미'로부터 먹이를 받아먹다가 둥지를 떠난다.

라임 사태를 일으킨 라임자산운용은 '한국형 헤지펀드' 육성 1호격이다. 정책당국의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을 기회로 삼아 덩치와 세를 불려왔다. 금융위원회는 2011년 '한국형 헤지펀드'란 어젠다를 제시했고 2015년 사모운용사 설립 자본금 요건을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낮추는 등 진입·운용 규제를 대폭 간소화했다.

이 관계자는 "헤지펀드는 LP들의 이익 극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일종의 '사적 투자 모임'으로 한국형 헤지펀드는 10~20명 내외 자금력 있는 LP들이 중심이 돼 정기 모임을 통해 투자 방향을 정하고, 투자처가 나타나면 간사를 중심으로 회의를 소집해 투자 판단을 내리는 방식을 띤다"고 말했다.

그는 "M&A(인수·합병) 대상 기업의 주식, 전환사채(CB) 및 신주인수권부사채(BW) 인수, 해외 부동산 투자 등 수익성이 좋다고 판단되면 언제 어디든 투자할 여력이 있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면서 "이런 투자 모임은 부동산 규제로 유동자금이 넘쳐나자 확산된 측면이 있는데 '한국형 헤지펀드' 확대 바람 속에서 세를 키울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큰손클럽'이 직접 사모펀드를 조성하는 이유는 네트워크와 정보 우위의 입지에서 자금을 굴려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개인의 경우 10억이상의 자금을 갖지 않으면 금융권에서 대접을 받지 못하는 데다 설령 투자회사에 맡겨 놓더라도 수수료만 떼일 뿐 수익률이 높지 않아서다. 이같은 '큰손클럽'은 전직 투자금융인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모여 투자처를 논의하거나 각 금융사 PB들을 통해 위탁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이 관계자는 '투자모임' 격인 헤지펀드와 사모펀드는 구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험자본 육성'이란 취지로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이 나온 것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헤지펀드를 사모펀드로 편입시킬 지에 대해서는 좀 더 치열한 고민이 필요했다"고 언급했다. 이는 사적 모임 성격의 헤지펀드를 금융 산업 제도권에 편입시킨 것 자체가 시기상조였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그는 "미국의 헤지펀드도 사적 모임으로 출발한 경우가 많은데 미국에선 헤지펀드를 금융으로 인정하지는 않는다"면서 "계와 같은 사적 모임이 그대로 사모펀드나 헤지펀드로 발전할 수도 있지만 '사적 모임'을 제도권 금융으로 인정할 지에 대해선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뛰어난 펀드 매니저 한명에 대해 금융사(자산운용사)라는 라이선스를 발급해도 되는 지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냈다. 헤지펀드가 제도권 금융이 되기에는 투자 변화 폭이 크다는 측면에서다. 헤지펀드는 일부 펀드 매니저의 능력에 따라 투자 성과나 펀드 규모가 크게 좌우된다.

그렇다보니 헤지펀드는 펀드와 회사 그 자체보다 조지 소로스와 같은 펀드 매니저를 통해 알려지는 경우가 더 많다. 유능한 펀드 매니저가 운용하는 헤지펀드에 돈이 몰리는 이유이며 라임도 이같은 방식으로 자금과 유명세를 확대했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또한 헤지펀드를 운용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