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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P 문화상품 투자, 바람과 같이 사라진 돈

8퍼센트 '더 뮤지컬' 채권 매각해 1.1% 건져…"72% 회수된 상태"
"문화·공연 상품의도 좋지만…투자 이전 리스크 인지·스터디 해야"

강승혁 기자 (kang0623@ebn.co.kr)

등록 : 2020-02-20 06:00

▲ 문화투자 P2P상품이 연체, 부실을 겪고 있다.ⓒ픽사베이

건실하게 P2P업계를 리딩했던 업체였다. 최근 이 기업들이 뮤지컬이나 전시회 같이 공연매출채권을 담보로 제작사에 대출하는 문화투자 상품에 대해서는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국 티켓이 잘 팔려야 회수가 되는 비즈니스다. 흥행에 영향을 미치는 작품성, 계절성 등의 요인을 쉽게 계량화하거나 예측할 수 없다는 게 난점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P2P업체 8퍼센트가 출시한 더 뮤지컬 1~9호 상품은 부실화에 따른 장기 미회수를 겪다 최근 한 채권추심업체에 투자 잔액의 1.1%를 지급받고, 잔여 회수 금액의 60%를 회사가 추가 지급받는 방식으로 채권을 매각했다. 12차로 나눠 출시된 이 상품은 총 50억원을 모집했는데, 평균 28%의 원금 손실을 기록했다. 최대 손실은 45%에 달한다. 이로 인해 전체 평균 수익률이 1.6%하락했다.

해당 상품은 차주사 더뮤지컬코리아가 8퍼센트에서 조성된 대출금과 자기자본을 바탕으로 뮤지컬 제작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8퍼센트에서는 투자 진행되는 뮤지컬에 대해 대출금액의 100% 이상 티켓판매채권을 양도받는 구조다. 즉 티켓판매가 대출금을 상환할 정도로 관객을 모으지 못하면서 상품이 부실화된 거다.

더뮤지컬코리아는 오!캐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도그파이트 등의 작품 제작에 투자했다. 이 중 오!캐롤은 주연배우 박해미가 전 남편 황민의 음주운전 사고로 인해 공연 스케줄을 중단하다 복귀하는 악재를 겪은 바 있다. YES24에 따르면 2018년 뮤지컬 랭킹에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50개 작품 중 30위로 1% 점유율을 기록했다.

더 뮤지컬 상품은 공연 종료 후 티켓판매대금을 통해 회수된 대출원금을 다른 신규 뮤지컬에 재투자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모든 상품 차수의 원금상환률이 비슷한 거다.

차주사인 더뮤지컬코리아는 진진네트웍스의 자회사로, 진진네트웍스는 뮤지컬 '넌센스2' 1.5억원, '햄릿' 4억원, '그여름,동물원' 3억원, '올슉업' 10억원 등 총 18.5억원을 완제한 이력이 있다. 8퍼센트는 차주의 연체이력이 없다는 점과 제작사 및 투자사의 기존 진행 공연정보 등을 확인하고 P2P대출을 실행했다.

과거의 흥행작을 보유해도 미래의 흥행작을 예측할 수 없는 문화예술상품은 불확실성을 내재하고 있다. 뮤지컬산업은 흥행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티켓파워를 지닌 배우를 캐스팅한다. 팬덤을 보유한 아이돌배우가 뮤지컬 무대를 누비는 것은 이런 환경에 기인한다.

안정적 구조의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뮤지컬을 비롯한 문화투자 P2P상품이 제시하는 이자율이 높은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더 뮤지컬 1~12호는 14~17%의 고수익률을 내걸었다. 동시에 리워드로 뮤지컬 티켓을 제공했다. 여타 업체들도 티켓 리워드를 제공해 '덕투일치'를 꿈꾸는 투자자들을 유입하고 있다.

P2P투자는 예적금처럼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이 아니라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액 집중투자를 피하고 소액분산투자가 권장되며, 금융감독원 등록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P2P금융업법으로 불리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이 올 8월 시행되기 전까지는 법적 보호책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문화, 공연기획도 충분히 투자상품이 될 수 있지만 고위험상품인 것은 맞다"며 "타 업체에서 전시 관련한 투자를 받았다가 상환되지 않은 경험이 있듯 상품 자체 의도는 좋지만 그 리스크를 인지하고 스터디를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량 P2P업체 어니스트펀드는 '김홍도 얼라이브(Alive) 전시회' 상품이 수요 예측의 차이로 90%의 원금 손실률을 기록한 바 있다.

8퍼센트는 그간 P2P금융을 통해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자금을 공급, 5000여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내며 건실하게 사업을 운용해왔다. 더 뮤지컬 상품 역시 추가적인 회수를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해당 상품은 투자액 대비 약 72%가 회수된 상태이며 후속 회수를 진행 중"이라며 "미흡한 점을 보완해 기존 금융권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업자에게 자금을 공급하는 대안금융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