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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에도 신중론 유지, 인하론 '부글부글'

영향 정도 판단 어렵다지만…소수의견에 성장률 하향 조정까지 '인하 시점' 4월로
소비심리·기업체감 지표 타격, 3월엔 더 심각해질 것…수출·생산 동시 둔화될 수도

이윤형 기자 (y_bro_@ebn.co.kr)

등록 : 2020-02-27 14:00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급속 확산으로 경기 위축 우려가 커졌지만,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동결했다.ⓒ한국은행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급속 확산으로 경기 위축 우려가 커졌지만,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7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행 1.2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국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아직까지 실질적인 지표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금통위 이후 진행된 이주열 총재의 기자간담회는 코로나19 여파로 사상 처음으로 기자단 참석 없이 이 총재 단독으로 한은 유튜브와 페이스북 채널을 통해 금리 결정과 배경을 발표했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한 것은 코로나19 사태 관련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고 평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태 종식 시기, 경제 충격 크기, 물가에 미치는 방향 등이 통계지표가 나오지 않은 현 상황에서 판단하기 어렵다는 기존 견해를 고수한 것이다.

앞서 이 총재는 지난 14일 거시경제금융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추가 금리 인하 필요성은 효과도 효과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 또한 있기 때문에 이를 함께 고려해서 신중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지금 코로나19 사태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로 확산할지, 지속기간이 얼마일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내경제 영향을 예단하기에는 아직은 이르고, 지표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후인 2월 경제지표는 3월초가 돼야 발표된다. 중국 경제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차이신PMI(구매관리자지수)와 미국 고용도 3월 첫째주가 돼야 확인 가능하다.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도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유로 풀이된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급등하던 주택가격이 12.16대책 이후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으나 기준금리가 인하될 경우 다시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부동산 가격이 다시 오르면 둔화되기 시작한 가계부채도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

실제로 가계대출 증가세는 다시 확대되며 지난해 말 1600조원을 처음 넘어섰다. 분기별 증가폭은 지난해 3분기(1.0%)까지 둔화했지만, 4분기(1.8%) 들어 대폭 확대됐다. 특히 은행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같은해 1분기 7조9000억원에서 4분기 15조10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확대됐다.

▲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격상되고, 확진자수가 1000명을 훌쩍 넘어섬에 따라 한은이 경기대응 차원에서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은 몸집을 키우고 있다.ⓒ연합

그러나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격상되고, 확진자수가 1000명을 훌쩍 넘어섬에 따라 한은이 경기대응 차원에서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은 몸집을 키우고 있다.

코로나19가 지난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보다 빠른 속도로 확산되면서 가계 소비심리는 물론 기업 체감경기 지표까지 타격을 받기 시작했고, 급격히 얼어붙은 경기에 불씨를 지피기 위해서는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달 소비자심리지수는 한 달 전보다 7.3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메르스가 퍼진 지난 2015년 6월 때만큼 떨어진 수준이다. 기업들의 체감경기도 악화됐다. 한은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자료에 따르면 이번 달 전 산업의 업황 BSI는 한 달 전보다 10포인트 내린 65였다. 역대 최대 하락폭이다.

이날 금통위에서도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이 나오면서 시장에서는 오는 4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인하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금통위에서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경제성장전망치를 하향조정하면, 통상 다음 분기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를 단행해왔기 때문이다.

앞서 이날 기준금리를 연 1.25%로 유지하기로 한 금통위의 결정에 대해서는 조동철, 신인석 위원이 0.25%포인트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냈다.

한은은 심각한 전염병이 확산될 때마다 금리 인하로 대응했다는 전례도 금리인하론에 무게를 더한다.

실제, 금통위는 2003년 5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당시 기준금리인 콜금리 목표 수준을 4.25%에서 4.0%로 내렸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퍼지던 2015년 6월에는 시장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1.75%에서 1.50%로 전격 인하한 바 있다.

채권전문가들도 인하 전망에 목소리를 더하고 있다. 김명실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채권 시장은 지난주부터 이미 한은의 2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가격에 반영 중"이라며 "기준금리는 0.25%포인트(25bp) 인하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수출부문을 제외하고는 경기 지표로 코로나19 여파를 확인하지 못한 상황이라 한은의 매파적인 성향을 고려할 때 2월에 금리를 내리지 않을 가능성이 있었다"며 "코로나19 영향을 더 지켜본 뒤 지표를 확인하면서 4월초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조영무 연구위원은 "메르스는 발병지가 중동이라 중동을 빼면 한국만 타격을 받았지만 코로나19는 전 세계적으로 사망자가 나오고 중국 경제와 접점이 많아졌기 때문에 수출둔화와 국내 생산·소비 둔화가 동시에 나타날 우려가 있다"며 "경제 상황이 나빠지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 효과가 크지 않다고 하더라도 효과가 전혀 없진 않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