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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사겠다는 한·미, 기업 살리고 금융안정 '승부수'

한국, 산업은행·금융회사 총동원해 회사채 매입 나서…미 연준은 재무부 동원
사상 초유 양적완화 이어 기업 자금유동성까지 지원 "관건은 코로나19 장기화"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20-03-26 09:00

▲ 지난 24일 브리핑에 나선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금융위원회

한·미 정부가 회사채 매입에 나서면서 코로나19로 불안해진 금융시장에 안정성을 지켜줄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채를 매입하는 양적완화에 이어 회사채 매입까지 나서는 질적완화 정책이 금융안정을 위한 강력한 신호가 될 수 있으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제대로 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감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4일 정부는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통해 최대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채권시장안정펀드는 우선 10조원 규모로 가동해 기업의 시장성 차입시장(회사채, 단기사채 등)이 정상작동할 수 있도록 시장수요를 보완하고 추가적으로 10조원을 조성한다.

산업은행과 은행, 생보, 손보, 금투 등 84개 금융회사가 조성하는 채권시장안정펀드는 회사채, 우량기업 CP, 금융채 등을 대상으로 투자에 나서며 1차 캐피탈 콜(Capital Call) 규모는 3조원 내외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피해기업의 회사채 발행을 지원하기 위해 6.7조원 규모의 P-CBO가 조성되며 회사채 차환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위해 2.2조원 규모의 회사채 신속인수제도가 시행된다. 산업은행은 기업의 회사채 차환발행분 등 직접매입을 위해 1.9조원을 조성한다.

이에 앞선 지난 20일 한국은행은 1조5000억원 규모의 국채를 매입했으며 시장에서는 추가적인 국채매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실물경제 위기가 금융시스템의 위기로 전이되면서 정부는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금융안정을 지키겠다는 방침이다.

양적완화 수단인 국채매입에 더해 국책은행과 민간금융회사를 동원해 회사채 매입에 나서는 것은 신용경색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국채 뿐 아니라 회사채 매입까지 나선다면 중앙은행으로서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할 수 있겠으나 한국은행법에서는 국채를 비롯한 정부가 보증한 채권에 대해서만 매입을 허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앙은행이 정부가 보증하는 국채를 매입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채 매입에 나선다면 시장에서는 중앙은행이 마구잡이로 돈을 찍어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조성될 수 있다"며 "따라서 각국 정부는 중앙은행의 회사채 매입을 제한하고 필요할 경우 다른 경로를 통해 시장 지원에 나서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산업은행과 한국은행이 회사채 및 기업어음(CP)을 매입하는 양적질적완화(QQE, Quantitative and Qualitative Monetary Easing)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으며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통해 산업은행도 회사채 차환발행 지원 등에 나서게 됐다.

미국은 한국보다 한발 앞서 더 적극적인 금융위기 대응에 나서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Federal Reserve System)는 지난 23일 기존 7000억달러였던 양적완화 규모를 무제한으로 확대하고 미 재무부를 통해 자본금 300억달러의 특별목적회사(SPV, Special Purpose Vehicle)를 설립키로 했다.

SPV는 우선 만기가 길지 않은 초우량등급 회사채를 사들일 예정인데 이는 연준이 직접 회사채 매입에 나서기 위해서는 미 의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확진자 증가세가 완화되고 있으나 미국은 급속한 증가세를 지속하는 상황으로 일각에서는 확진자가 급증한 일부 지역에 대한 봉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기존 양적완화 만으로 금융시스템을 지키는 것이 힘들다고 판단한 연준은 '무제한 양적완화' 선포와 함께 정부기관을 거쳐 회사채를 매입하는 질적완화까지 나설 수 있다는 신호를 전달함으로써 시장안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우리나라가 사상 초유의 '100조원+@'라는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한 것과 마찬가지로 미 연준 역시 10여년전 금융위기 당시에도 손대지 않았던 회사채 시장까지 개입하면서 적극적인 방어태세를 천명하고 있다.

관건은 양국 모두 코로나19가 언제 진정될 것이냐에 달려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채매입을 양적완화라고 부르는 것과 달리 회사채 매입을 질적완화라고 부르는 것은 당장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는 기업의 채권을 사들여 자금을 공급해주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전체적인 시장의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유동성 위기에 몰린 기업의 회사채를 사들이는 것은 오히려 위기를 더욱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에 초우량등급의 회사채에 국한해 매입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사상 유례가 없는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며 "하지만 지원책이 효과를 내는 기간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위기가 더 길어진다면 각국 정부는 추가적으로 더 내놓을 수 있는 카드가 무엇인지 고민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