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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메리츠 화재 휴전모드 이면에 손보협회

손해보험협회 "메리츠 경력설계사 이동경로 오픈" 일화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등록 : 2020-04-01 18:30

▲ 영업경쟁과 설계사 영입전으로 격돌한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가 휴전모드에 들어갔다. 하지만 전쟁의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았다. 이면에는 손보협회가 메리츠화재에 설계사 이동 경로를 오픈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이에 메리츠화재가 공정거래법을 무기로 맞선 일화가 있다.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 간 대립이 협회-메리츠화재 간의 갈등으로 비화된 것이다. ⓒEBN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가 휴전모드에 들어갔다. 이면에는 손해보험협회가 있다. 메리츠화재에 설계사 이동 경로를 오픈하겠다고 강수를 뒀다. 여기에 메리츠화재가 공정거래법을 무기로 맞선 일화가 있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와 손보협회 간의 갈등의 시작은 지난해 9월께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손보협회 '공정경쟁질서확립대책위원회' 산하 '보험모집질서개선운영위원회'가 열린 자리에서 설계사 조직을 급격하게 확장해 온 메리츠화재가 논란의 중심이 됐다.

지난 한해 보험권 경력 설계사들이 메리츠화재로 잇달아 이동하면서 타보험사들은 영업 조직 이탈 막기에 급급했다. 손보사들은 중재력이 부족한 손보협회를 타박했다. 2017년 말 3000여명 수준이었던 메리츠화재 전속 설계사들을 지난해 9월 당시 2만명을 뛰어넘었다.

손보협회 측은 모집조직을 과도하게 흡수해온 메리츠화재에 갈등의 원인이 있다고 봤다. 주요 손보사들은 2015년 이후 전속설계사 수가 지속적으로 내림세였다. 이와 달리 메리츠화재는 기하급수적으로 설계사 수를 늘렸다. 손보협회는 이를 공정한 시장 경쟁이 아니라고 풀이했던 것이다.

급기야 손보협회는 설계사 이동 경로를 공개하겠다고 메리츠에 엄포를 놓았다. 메리츠화재가 흡수한 경력 설계사들은 30~40%가 보험대리점 출신이며, 나머지가 생명·손해보험사 출신이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메리츠화재를 보험업계 공공의 적으로 만들 심산으로 협회는 설계사 이동 경로를 공개하겠다는 초강수를 두며 으름장을 놨다"고 말했다. 그는 "협회가 메리츠를 삼성뿐만 아니라 대리점 등 업권 전체로부터 따돌림 당해야 한다는 의도로 들렸다"고 덧붙였다.

메리츠화재는 협회에 반격했다. 법률 자문 결과 손보협회의 설계사 이동 경로 공개 행위가 공정거래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논리로 맞섰다.

공정거래법에는 부당한 공동행위(담합)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메리츠화재는 손보협회가 설계사 등록 기관이지, 설계사 정보 공개 기관이 아니라는 기관 설립 취지도 강조했다. 아울러 설계사 이동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개인정보 침해에 해당된다고 반박하면서 법률 검토 후 소송에 나서겠다는 강공세에 나섰다. 손보협회는 승복했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자율 결의 행사 이면에 협회와 메리츠 간 그런 속사정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 "주요 결정권자 사이에서 오간 얘기 일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손보협회는 이같은 상황을 정리할 이벤트로 자율 결의를 기획했다. 손보사 사장들이 서로 합세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는 뜻에서다. 지난해 11월 6일 손보협회는 17개 손보사 사장단 회의를 열고 '소비자 신뢰회복과 가치경영'을 위한 자율 결의를 실시했다.

이날 손보사 최고경영자(CEO)들은 더 이상 '제살 깎아먹기'식의 경쟁을 지양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설계사 스카우트 관련 부당행위를 근절하고, 설계사에게 과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을 자제하기로 합의했다. 불완전판매와 모럴해저드를 유발할 수 있는 상품개발도 지양키로 했다.

특히 김용범 메리츠화재 대표가 자율 결의에 참석하면서 손보업계에 화제가 됐다. 김 대표는 사장단 모임에 불참해 온 은둔의 경영자로 알려졌다. 하지만 행사에 참석했다. 당시 김용덕 손보협회장은 "업계 스스로가 단기 외형성장이 아닌 중장기 리스크를 고려해 지속가능한 성장 방안을 모색하기로 한 것 자체로 의미가 크다"고 자평했다.

손보협회 또 다른 관계자는 "자율 결의 본래 취지는 소비자 중심의 포용적 가치의 실현을 손보업계 공통 목표로 설정했다는 데 있다"면서 "취지와 달리 삼성과 메리츠 간의 갈등 및 CEO 참석여부가 이슈가 되어 난감했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을 포함한 모든 시장에서 시장참여자들은 각자의 사적 이익 극대화를 위해 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