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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증권, PBS 피해간 '마이웨이'에 주목

메리츠 "PBS 시장, 6개 증권사 뛰어든 각축전…투자 대비 실익無"
업계 "정부 초대형IB 정책도 자사에 맞는지 비판적으로 판단해야"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등록 : 2020-04-06 15:17

▲ ⓒEBN

라임자산운용 사태 여파가 증권사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향방에 직격탄이 됐다. 해당 증권사들은 문책성 인사조치와 함께 전략 수정이 감내했다.

특히 6개 증권사가 PBS 사업에 불나방처럼 뛰어들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것과는 달리 투자 대비 효익 낮다고 판단한 메리츠증권의 선견지명에 관심이 집중된다. 증권업계는 메리츠증권이 정부 정책을 곧이곧대로 따르기 보다 자신만의 '영리한' 리스크관리를 한 결과로 판단한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국내 8개 대형IB 중 PBS 및 관련 TRS를 취급하고 있는 곳은 6곳 증권사다. 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신한금융투자 총 6곳은 20여곳의 사모펀드 자산운용사들과 2조원 규모의 TRS 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메리츠증권과 하나금융투자는 PBS를 취급하지 않는다.

금감원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의 경우 2019년 자기자본 3조의 대형IB가 되면서 PBS 업무를 하지 않겠다는 공문을 보내왔다"면서 "3조 대형IB는 해당 업무에 대한 의사표시 및 실사 대상여부 등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명확한 결정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서 가장 수익성 발굴 및 먹거리 찾기에 기민한 조직으로 알려진 메리츠증권이 대형IB 업무의 새 먹거리인 PBS 업무를 신청하지 않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메리츠증권은 지속적인 증자로 자기자본을 3조원대로 늘려 2017년 11월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됐다. 앞서 금융위는 2016년 자기자본을 일정 수준 이상 확충하는 증권사에 어음발행, 기업환전 업무, 종합투자계좌 영업 등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증권사 자기자본 3조원 이상~4조원 미만, 4조원 이상~8조원 미만, 8조원 이상 등 세 구간으로 구분한 뒤 각 기준을 충족하는 곳에는 차등화한 사업 인센티브를 취할 수 있다. PBS는 자기자본 3조 증권사가 취급할 수 있다.

메리츠증권이 2017년 자기자본 3조원 충족을 예상하고 PBS 사업을 고민해왔다. 이를 위해 헤지펀드업계 동향을 수집하고 사업성을 검토하는 준비에 착수했다. 이 결과 메리츠증권은 국내 6개 증권사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PBS 시장 경쟁이 가열됐다는 점 △관련 인력과 조직 수립 등 투자 대비 기대수익이 미미하다는 점 △헤지펀드업계 사고 전조현상 자체 포착 등을 이유로 PBS가 실속 없는 사업으로 판단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타 증권사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본부를 새로 만들어 인력과 시스템을 수립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투입해야 하는 비용과 수익을 계산했을 때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무엇보다 우리나라 헤지펀드 생태계에 대한 긍정적인 판단이 서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불확실성이 팽배한 헤지펀드 시장에서 후발주자로서 경쟁 비용을 할애한다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하나금융투자도 같은 이유로 PBS 시장에 진출하지 않고 있다.

증권업계는 메리츠증권 특유의 '마이웨이' 같은 의사결정 시스템이 '초대형IB'라는 정부 정책에 좌지우지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초대형IB이라는 정부 정책에 비판적 사고없이 뛰어든 경향이 있다"면서 "반면 메리츠증권은 초대형IB 정책 어떤 점이 자신들에게 유불리한지 따져본 케이스"이라고 말했다.

대형IB의 신규 먹거리이자, 모험자본으로서 수익을 쫒는 PBS 사업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S) 대규모 손실과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 등 대형 악재가 연달아 터지면서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둔 쪽으로 변화되고 있다. 특히 2018년 9월 35조원을 돌파했던 한국형 헤지펀드 설정액도 일년만에 34조원대로 내려앉았다.

라임 사태에 따른 후폭풍은 증권사 관련 사업전략과 인사에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가장 중심에 선 기증권사는 신한금융투자다. 신금투는 라임운용 해외무역금융펀드에 유동성을 공급한 PBS 사업자다. 신금투는 자본시장법을 어기고 주도적으로 펀드를 설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다른 증권사들도 사정은 나쁘다. 총수익스와프(TRS) 거래로 손실을 볼 가능성이 커지면서 해당 거래를 주선한 부서장 교체 등 문책성 인사조치가 이뤄졌다. 한 증권사는 PBS 부서 내 TRS 업무를 통해 100억원대 손실을 초래한 것으로 추산된다. 해당 증권사는 3년 만에 PBS 사업 수장을 교체했다. 신임 PBS본부장에 박종현 에쿼티세일즈 본부장을 선임하면서 기존 본부장은 회사를 떠나게 됐다.

라임 사태가 초유의 금융사기인 정황이 검찰 수사로 속속 드러나면서 1조6000억원에 달하는 피해자들의 손실 배상 작업도 속도가 붙을지 시선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