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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기업을 독과점으로…산은의 조선·항공 구조조정

기업결합승인·중복인력 고용유지·경쟁사 헐값매각 논란 등 아시아나·대우조선 매각 공통점

1위 기업의 경쟁사 인수가 현실적으로 유일한 선택지…대우조선 매각 장기화로 부담 높아져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20-11-24 09:00

▲ ⓒ각사

산업은행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추진하면서 국내 기간산업의 구조조정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글로벌 1위 기업인 현대중공업에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결정하며 기업결합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산업은행이 국내 양대 항공사의 합병까지 추진하는 것에 대해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는 분석과 함께 독과점 이슈, 고용보장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도 조선업과 항공업 구조조정의 공통점이라는 지적이다.


산업은행은 지난 23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통합과 항공산업 구조개편 작업을 성공적으로 이행해 나가기 위해서는 한진칼에 대한 보통주 투자가 필요하며 이는 현 계열주의 경영권 보호를 위해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양대 국적항공사의 통합과 LCC·자회사의 기능 재편 등 항공산업 구조개편 및 경쟁력 강화 방안이 갖는 국가 경제와 국민 편익·안전 측면에서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한진칼에 직접 주주로서 참여해 구조개편 작업의 성공적 이행 지원과 건전·윤리경영의 감시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산업은행의 주장이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국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에 3.6조원(2019년 1.6조원, 2020년 2조원) 지원했으며 올해 들어서는 대한항공에도 1.2조원을 지원하는 등 양대 국적항공사에 총 4.8조원을 지원했다.


이 중 산업은행은 3.1조원, 수출입은행은 1.4조원의 자금을 투입했으며 기금에서도 0.3조원이 지원됐으며 전체 지원액 중 영구전환사채 형태로 지원된 자금은 총 1.1조원(아시아나항공 0.8조원, 대한항공 0.3조원)이다.


양대 국적항공사의 주채권은행이자 최다채권자인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의 추가적인 자본확충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실익은 크지 않으나 세부적인 통합·기능 재편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한진칼에 대한 신규투자가 구조개편작업의 전체적인 지원 및 감독에 있어 기대되는 의의와 효용이 크다고 판단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국책금융기관으로서 국가기간산업의 근본적인 개편작업이 갖는 의의와 중요성을 잘 알고 있고 책임을 부담하고 있다"며 "이번 항공산업 구조개편작업의 성공적 이행을 위해 건전·윤리경영 감시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한진그룹도 3자연합의 KCGI(강성부펀드)가 한진칼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신주발행을 금지하는 가처분신청을 한 것에 대해 10만명의 일자리가 달린 문제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산업은행과 한진칼은 고용유지 및 인수자금 마련을 위한 유상증자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나 KCGI는 부채비율이 108%에 불과한 정상기업인 한진칼에 증자한다는 것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기존 경영진에 대한 우호지분이 되기 위함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KCGI의 가처분신청이 기각되더라도 통합시 글로벌 10위권의 위상과 경쟁력을 갖춘 대형 항공사가 탄생하는 만큼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은 상황이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뿐 아니라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양사의 저가항공사(LCC) 자회사까지 합칠 경우 국내선 수송객 점유율은 총 66%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간주하는 절반을 넘어서게 된다.


산업은행은 인구 1억명 미만인 대부분의 국가들이 1개의 국적항공사를 운영하고 있는데다 미국, 중국 등 1억명 이상의 인구를 보유한 국가들도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인해 항공산업의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만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 뿐 아니라 양사의 매출이 발생하고 있는 외국의 경쟁당국 심사도 받아야 하는데 여기서 기업결합 승인을 얻지 못할 경우 양사의 합병은 불가능하다.


수조원의 혈세가 투입된 대기업을 경쟁사이자 국내 1위 기업에 넘긴다는 것도 논란이 될 수 있으나 산업은행은 대한항공 외에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기업이 없었다는 점을 들어 현실적으로 유일한 선택지였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 ⓒ각사

이와 같은 논쟁들은 지난해 초 시작해 아직까지 기업결합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의 합병작업과 상당 부분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은 연간 선박건조능력과 수주잔량 순위에서 부동의 1~3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산업은행은 6조원 이상의 가격을 제시하는 기업에 대우조선을 매각한다는 방침이었으나 인수하겠다는 기업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난항을 겪어왔다.


지난 2017년 산업은행 회장을 취임한 이동걸 회장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대우조선을 매각한다면 임기 중 최대의 성과로 기억될 것"이라며 대우조선을 비롯한 출자사의 매각에 적극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1위 기업인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 제안은 반가울 수밖에 없을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유일한 선택지였다.


글로벌 탑3 기업 중 2개 기업의 합병인 만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통합은 국내에서의 절차만 진행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EU를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 등 선박을 발주하는 해운사들이 있는 국가들의 경쟁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승인을 받아야 국내에서의 인수합병 절차를 추진하는 것이 가능하다.


동종기업의 합병에 따른 인력감축 우려도 불식시키기 어려운 문제다.


생산현장에서 선박을 건조하는 직원들은 일감이 있는 이상 작업에 나서겠지만 인사를 비롯한 사무직의 경우 중복되는 인원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은 합병 후 대우조선에 대한 인위적인 인력감축은 없을 것이고 한국조선해양이라는 지주사 아래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과 함께 동등한 위치의 조선계열사로 대우조선이 자리잡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나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초 산업은행이 발표한 계획대로라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은 올해 초 통합 조선사로 새출범했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EU를 비롯해 중국, 일본의 경쟁당국에서 아직까지 기업결합승인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큰 이해관계가 걸린 EU에서 기업결합승인이 이뤄질 경우 합병작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나 EU는 코로나19를 이유로 심사를 미루고 있다"며 "글로벌 1~2위를 다투는 제조업체의 합병이 지체될수록 우리나라 조선업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