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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 판매 주홍글씨…은행 펀드 실적 이미 벌어졌다

사모펀드 사고 물린 은행 판매잔액 30% 떨어질 때 국민은행은 2조 넘게 증가

신규판매 잔액 규모도 평균 6조씩 빠져…충당금 규모는 최대 10배 이상 차이

이윤형 기자 (y_bro_@ebn.co.kr)

등록 : 2020-11-27 11:31

▲ 해외 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 옵티머스 잇따르는 사모펀드 사고 여파가 시중은행의 펀드 판매 성적표를 갈랐다.ⓒ연합

해외 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 옵티머스 잇따르는 사모펀드 사고 여파가 시중은행의 펀드 판매 성적표를 갈랐다. 사모펀드와 관련 불완전 판매 책임과 내부통제 문제가 물려있는 은행들은 신규펀드 판매 감소세를 나타났지만, 이로부터 자유로운 국민은행은 유일하게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 3월 신규판매 업무를 제한하는 '업무 일부정지'를 받은 일부은행이 업무를 재개하는 등 은행들이 조금씩 영업 확대에 나서는 모습이지만, 격차는 이미 벌어졌다는 평가다. 은행들의 사모펀드 관련 충당금 규모도 이 차이를 더 벌리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사모펀드 사건 사고로 은행의 판매잔액과 신규펀드 판매금액이 모두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사모펀드 사고와 무관한 KB국민은행만 모두 상승 중이다.


지난 2분기 말 은행의 사모펀드 판매 비중은 5.10% 수준으로 1년 전 7.61% 대비 축소됐다. 같은 기간 증권업계 사모펀드 판매 비중이 82.02%에서 83.87%로 높아진 것과 대조적이다.


주요 5대 시중은행의 판매 성과는 펀드 사고 유무에 따라 더욱 극명하게 나뉘었다. 1년 전만 해도 사모펀드 판매 규모 7조5500억원으로 5대 은행 중 1위였던 우리은행은 잇달아 터진 사모펀드 사고에 부침을 겪으며 올해 규모가 2조79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신한은행 역시 1년 전 4조8100억원에서 현재 3조1500억원으로 급감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3조8300억원에서 2조2300억원으로 줄었다.


사모펀드 사태를 비껴간 국민은행의 사모펀드 판매잔액은 7월 말 기준 7조5000억원으로 1년 전 5조7700억원 대비 2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국민은행을 제외한 은행 세 곳의 사모펀드 판매 규모가 1년 새 30%, 7조원 가량 증발한 셈이다.


신규펀드 실적도 비슷한 상황이다. 국민은행의 3분기까지 신규펀드 판매금액(누적)은 8조5842억원으로 전년(5조7108억원) 대비 2조8734억원 증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한 해 동안 판매됐던 신규펀드 판매 잔고를 넘어선 수치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4분기까지 7조7614억원 어치의 신규펀드를 판매했다.


반면 우리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등 세 곳은 전년 대비 각각 10조7000억원, 5조5000억원, 4조1000억원 감소를 보였다.


지난해 발생한 해외 금리연계 DLF 사태로 올해 3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6개월간 일부 영업정지(사모펀드 신규 판매 업무) 징계를 받았다. 1분기와 2분기 양사의 신규펀드 판매 금액은 크게 감소했다. 올해 들어 신한은행도 무역금융 펀드 환매중단 등 금융상품 사고를 겪으면서 지난해처럼 적극적으로 영업활동을 이어나가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의 신규펀드 판매 금액 증가가 반사이익을 누렸다는 게 은행권의 공통된 분석이다.


판매 실적 외에도 은행들이 사모펀드 보상 등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용도로 쌓은 충당금은 이들의 격차를 더 벌렸다.


신한금융은 사모펀드와 관련한 충당금을 올해 상반기에만 2016억원을 쌓았다. 우리금융(1600억원)과 하나금융(1185억원)이 2분기 쌓은 사모펀드 배상 관련 충당금도 각각 1000억원이 넘는다. 반면 사모펀드 불완전 판매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KB금융은 사모펀드 고객 보상 관련 충당금으로 290억원을 쌓았다.


영업활동에 제동이 걸렸던 은행들이 조금씩 재개에 나서고 있지만, 당분간 은행권 사모펀드 판매는 조심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판매실적이 떨어지고 있지만, 펀드 판매로 챙길 수 있는 수익(수수료)보다 손실 배상액 등 피해가 생길 경우 감당해야 하는 비용이 더 커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4대 시중은행의 사모 펀드 수탁 수수료는 0.02~0.03% 수준이다. 통상 다른 펀드 상품 판매·운영을 할 경우 수수료 명목으로 은행은 1%가량의 수익을 취한다. 지난 5년 사이 이들 은행이 얻은 사모펀드 판매수수료는 모두 3315억원에 그친다.


이런 구조에 사모펀드 사고가 터질 경우 수탁사인 은행에 책임을 요구하는 것도 부담이다. 앞서 금감원은 라임 무역금융펀드 판매사에 '투자금 100% 반환'을 권고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의 사모펀드 사고에도 수요는 꾸준히 있었던 것으로 판단한다"며 "다만, 기피 현상에 수요가 한쪽으로 몰려간 상황. 은행들도 적극적인 영업에 나서지 않고 있는 만큼 은행권의 사모펀드 판매 성적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