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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키코 보상 '속도'…피해기업 '깜깜이' 우려

씨티·신한 보상 결정에 나머지 은행도 긍정적…보상 기준·규모는 비공개

비분쟁조정 기업만 보상…공대위 "문제 해결보다 키우는 꼴이 될 수도"

이윤형 기자 (y_bro_@ebn.co.kr)

등록 : 2020-12-29 10:57

▲ 키코 사태가 12년만에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보상 기준과 규모는 비공개로 진행된다.ⓒ연합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환헤지 통화옵션상품) 사태가 일부 은행들의 보상 결정으로 일단락 될 전망이다. 은행들의 연이은 보상 결정이 나머지 은행의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키코 사태가 12년만에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보상 기준과 규모는 비공개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깜깜이 보상이라는 우려도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분쟁 자율조정을 위한 은행협의체에 참여한 씨티은행과 신한은행이 보상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들 은행의 결정으로 다른 은행들도 보상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국씨티은행과 신한은행은 이사회를 열고 키코 피해기업 일부에 보상금을 지급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하나은행과 대구은행도 내부적으로 키코 피해를 입은 기업에 보상하는 기준과 방안을 놓고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당국은 다른 은행들이 보상 여부를 추가로 결정하고 나면 내년 1월 말께에는 협의체를 중간 정리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7월 은행협의체 출범 후에도 좀처럼 탈출구를 찾지 못하던 키코 분쟁 자율조정 문제는 이달 들어 긍정적으로 돌아선 기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협의체 내부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으로 안다"며 "보상에 망설이던 은행들이 씨티·신한은행의 결정 이후 긍정적으로 돌아선 곳이 1곳 이상"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의 보상 결정에도 키코 사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들은 배상이 아닌 '보상'이라는 점과 보상규모와 리스트도 비공개로 처리하는 것에만 사인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실제 보상을 결정한 한국씨티은행과 신한은행은 이사회를 열고 키코 피해기업 일부에 보상금을 지급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법률적 책임은 없지만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해 경제적 지원을 하는 차원에서였다.


여기에 씨티·신한은행은 금감원의 배상 권고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분쟁조정을 신청한 4개 기업에 대해서는 보상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비소송 기업에 대해서만 보상을 하는 점은 키코 문제를 해결 한다기 보다 키우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키코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관계자 "은행들이 보상을 한다고 하는 분위기인데 대상기업들 리스트 제공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은 '깜깜이 보상'에 그칠 수 있다"며 "어느 기업에 어느 기준으로, 얼마를 보상할 것인지 그리고 보상금액 협상은 공정했는지 등 확인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런 것들이 실행되지 않는다면 피해기업들 간에 공정치 못하고 오해와 이간이 발생해 또 다른 사회적 문제로 커질 것이 확실하다"며 "이는 결코 키코 피해의 해결이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키코 사태의 자율조정 문제를 다루고 있는 은행협의체에 선정된 피해기업들의 손실규모는 1조1451억원에 달한다.


금감원이 은행협의체에 선정한 피해 금액은 하나은행 3330억원, 한국씨티은행 2534억원, 신한은행 2510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이밖에 SC제일은행 894억원, 국민은행 732억원, 기업은행 377억원이다.


피해 기업 수로 따져보면 하나은행 71개사, 신한은행 46개사로 씨티은행 42개사 순이다. 이는 키코 사태 당시 발표된 피해기업 732개 중 오버헤지가 발생한 기업 229개사가 대상인데 에서 이미 소송을 제기했거나 해산한 기업을 제외하면 145개사에 해당한다.


은행들의 형식적인 보상은 문제 해결보다는 금융감독기관으로 부터의 중징계를 피해가기 위한 결정이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공대위는 "배상 대신 보상, 법적이 아닌 사회적 책임을 빙자하고 다른 시중은행들을 잘못된 길로 선동하는 보여주기식 깜깜이 시도를 규탄한다"며 "어떻게 서로 다른 은행들이 서로 다른 이사회에서의 의결한 내용이 일치하느냐"고 되물었다.


금감원에는 지난해 12월 이후 은행들과 결정한 은행협의체를 통한 자율협상의 원칙을 고수해 금융감독행정의 일관성을 보여 달라는 권고도 전했다.


황택 키코 공대위원장은 "현재 산업은행의 기피 외에 모든 관련은행들이 가입을 확약하고 이번에 씨티, 신한이 자율협상을 약속한 은행협의체의 가동을 이제는 실행을 시킬 시점"이라며 "은행들이 자율협상을 실행하겠다고 공표한 대로 이미 합의한 자율협상의 기준, 대상, 규모는 아래 입법부에서 확인하고 금감원의 은행과 공유된 내용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협의체는 내년 1월 말에서 2월 초께에는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은 나머지 은행들이 다음 달 이사회에서 보상 여부를 결정하고 나면 협의체를 일단 중간 정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보상을 진행하는 은행과 아닌 은행이 가려지면, 보상 은행만 추려 다음 단계로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