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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뱅·케뱅 '외국인 사용불가' 4년째 제자리…시중은행 '펄펄'

법무부·외교부 금융당국 협조 요청에도 묵묵부답…행정적 문제로 외국인 고객 불편 초래
외국인 거주자 해외 송금액 34억, 지속 확대에…시중은행은 경쟁적 외국인 고객 모시기

이윤형 기자 (y_bro_@ebn.co.kr)

등록 : 2019-01-29 13:44

▲ 외국인은 케이·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을 이용할 수 없는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연합

외국인은 케이·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을 이용할 수 없는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비대면으로만 가입할 수 있는 인터넷은행 특성상 신분증을 통해 개인인증 절차를 완료해야 하는데, 인터넷은행 인증 가능 증명서는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2015년 인가 당시부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국에 요청하고 있지만, 관련 부처의 협조 불응으로 4년째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터넷은행이 외국인 고객에게 계좌를 발급하기 위해서는 타 국적 여권이나 외국인등록증을 인증 가능 증명서에 포함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담당 부처인 외교통상부(여권), 법무부(외국인등록증)가 금융위원회의 협조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설립 초기 때부터 요청 중이지만, 진행된 게 없어 인증수단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며 "당국에서도 법무부와 외교부에 협조 요청을 넣고 있지만, 답변을 못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행정적 문제는 외국인 고객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거주 외국인이 200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인터넷은행에 가입할 수 있는 한국 국적을 취득한 귀화인은 10%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가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 자료를 활용해 발표한 '2017년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에 따르면 2017년 11월 기준 외국인 주민은 186만1084명으로 총인구 대비 비율 3.6%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유학생, 외국 국적 동포, 결혼이민자 등 외국 국적을 가진 외국인은 148만명(79.5%)이었고, 한국 국적을 취득한 귀화인은 16만9000명(9.1%), 외국인 주민이 낳은 자녀는 21만2000명(11.4%)였다. 적어도 80%에 달하는 국내 거주 외국인의 금융서비스 선택지에서 인터넷은행은 무조건 제외된다는 얘기다.

이와 대조적으로 시중은행은 외국인 전용 특화점포를 잇달아 개설하고, 다양한 맞춤 서비스를 내놓는 등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은행권이 외국인에게 초점을 맞춘 서비스를 앞다퉈 내놓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국내외 시장에서 긍정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4개(KB국민·신한·우리·KEB하나) 시중은행은 전국 각지에 총 42개(12월 21일 기준)의 외국인 특화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말(35개) 대비 7곳 증가한 규모다.

▲ 우리은행은 지난 21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차이나타운 대림차이나타워 3층에 “대림동외국인금융센터”를 개설했다.ⓒ우리은행

외국인 특화점포는 평일 은행 방문이 어려운 외국인 근로자를 위해 휴일에도 문을 여는 등 영업시간을 확대한 점포를 말한다. 특화점포는 외국인 전용 영업점이거나, 평일에는 내국인 고객만 주말에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지역별 분포 현황을 보면 경기도 안산과 의정부가 각각 5개로 서울을 제외한 지역 중 가장 많다. 이어 ▲경기 김포·평택, 경남 김해 각 3개 ▲인천·화성 각 2개 ▲고양·용인·양주·경기 광주, 대구광역시, 충북 천안에 각각 1곳씩의 지점이 있다. 주로 공단(안산·평택·김포 등)이나 미군 부대(의정부)가 위치해 외국인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수익사업 외에도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특화 서비스도 펼치고 있다. 친근한 이미지를 통해 브랜드를 알리는 전략이다.

실제,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특화점포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한국어 교육을 진행한다. 국민은행은 지난달부터 경기도 평택 외환센터에 베트남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한국어 교실을 운영하고, 신한은행은 의정부 행복로 일요외환센터 건물에 '신한레인보우카페'를 열고 한국어학당은 물론 무료 비자 상담 등을 지원 중이다.

하나은행은 서울 중구 명동 외국인센터를 자유로운 쉼터 분위기로 조성해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게 하고, 명동 관광 정보 등 비금융 분야 편의도 제공한다. 이밖에 국민은행은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의료봉사 활동을, 농협은행은 의료 구급함을 전달하는 등 사회공헌활동도 펼치고 있다.

은행들이 외국인 고객 모시기에 나서는 이유는 국내 외국인 근로자의 해외 송금액이 점점 더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국내 거주 외국인 노동자들의 해외 송금액(개인 이전소득지급)은 2016년 14억7900만달러(1조6600억원)에서 2017년 34억4000만달러(3조8700억원)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시중은행 평균으로는 외국인 근로자 1인당 평균 송금액이 2016년 1만2515만달러에서 지난해 1만5544달러로 증가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한 번 거래를 시작하면 계속 같은 은행과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며 "송금서비스의 경우 예금, 대출 등 다른 업무에 비해 업무량 대비 이익이 높고 규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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