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시간 : 2019년 07월 22일 18:00
EBN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뉴스스탠드
실시간 News

[인터뷰]조경연 보험재단 상임이사 '다문화가정, 타깃형 복지를 만나다'

저소득 다문화가정 자녀 학습역량 강화하는 '꿈이룸 지원사업'
"26년 보험사 '금융맨' 때보다…사회가치 창출 자랑스러워"

강승혁 기자 (kang0623@ebn.co.kr)

등록 : 2019-03-28 06:00


공교육을 담당하는 학교 일부에서 "학원에서 다 배웠지?"라며 진도를 대강 넘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공교육이 사교육을 추종하는 사이에 우리 사회의 주요 구성원이 된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은 헌법에서 보장된 학습권을 실질적으로 누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의 공교육 환경은 '따라올 사람은 따라와라'입니다. 공교육 현장이 못 따라오는 학생을 데리고 가야 하는데 역할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죠. 이런 한계로 사교육 시장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사교육 혜택을 못 받는 계층이 저소득·다문화가정이라는 것입니다."

'꿈이룸 지원사업'을 이끌고 있는 조경연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상임이사(사진)의 말이다. 최근 초등학생의 교과 어휘력이 가정경제력에 따라 차이가 난다는 연구결과를 비롯해 다문화가정 자녀의 진학률이 우리나라 전체 청소년 취학률에 비해 낮은 실태는 그의 말을 뒷받침한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5 다문화 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다문화 가정 자녀의 진학률은 초등학교 97.6%, 중학교 93.5%, 고등학교 89.9%, 고등교육기관 53.3%에 그쳤다. 일과 교육 어느 것도 하지 않는 니트(NEET)족은 18%나 차지했다. '학교공부가 어려워서 학교를 그만뒀다'는 비율(18.0%)은 2012년에 비해 2배가량 급증했다.

가정 경제 상황에 따른 교육격차가 커지면서 사회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으며, 교육이 계층 세습의 통로가 되면서 실제 '스카이캐슬'이 우리 사회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한국어 습득부터 교육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더욱 소외받고 있다.

생명보험재단은 4대 목적사업 가운데 '저출산해소'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꿈이룸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보육의 사각지대에 존재하는 저소득, 다문화 가정의 아동에게 온라인 학습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10월 보건복지부와 업무협약을 맺고 초등학교 1~3학년 총 1000여명에게 온라인 자기주도 학습 프로그램을 보급하고 태블릿 PC 등의 스마트교보재를 개인별로 제공했다.

조경연 상임이사로부터 꿈이룸 지원사업의 취지와 청사진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ㅡ초등학교 5~6학년 다문화가정 아이가 이름을 한글로 못 쓰는 경우도 있다던데.

"공교육이 못 따라오는 학생을 데리고 가는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학적으로 3학년 미만은 자기주도학습을 할 수 없고, 4학년 이상은 자신의 의지가 있으면 스스로 복습을 하고 예습을 할 수 있다. 3학년 이하 학생이 공부를 못 하는 것은 부모와 사회 탓이다. 아동복지를 담당하는 지역아동센터를 통해 이 학생들을 도울 수 있다. 사이버 온라인 교육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아이들이 일반 학생수준의 학습역량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영어 습득 및 작문법 등 심화학습도 할 수 있도록 했다."

ㅡ공교육 역할이 부족한 문제가 있다는 논지다.

"우리나라에서 다문화가정이라는 이름이 나온 지 10년 정도 됐다. 10년, 20년 후에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우리나라 지도층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돼 있나. 개천에서 용이 나기 힘들다는 말은 다문화가정의 경우 더욱 그렇다. 이렇게 되면 사회적 계층 간 갈등이 심화되는 거다. 초등학교 1~3학년은 스스로 자기주도학습을 할 수 없는데 부모가, 사회가 교육을 시켜주지 못해서 뒤처지는 것은 불공정한 사회다."

ㅡ꿈이룸 지원사업을 펼치면서 도출한 성과는.

"논산돌봄센터를 한번 방문한 적이 있다. 학년 당 한 개 학급뿐인 학교가 있는데, 한 학년 15명가량의 학생 중 4명 정도가 센터 교육을 받는 아이들이었다. 그 아이들이 하도 질문을 많이 해서 선생님들이 교육 공부를 더 하게 됐다고 교장이 말하더라. 센터를 통해 교육을 받는 순간 아이들이 자신감이 생기고 생활패턴이 바뀌었다는 얘기를 교장선생님이 했다. 이 사업을 하는 목표이자 보람이다."

ㅡ온라인 교육을 따라가지 못하고 이탈하는 아이는?

"학습에 도움이 되는 게임이나 동영상을 교육 시스템에 많이 도입했다. 공부를 하지 않고는 게임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등 동기를 부여한다. 이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게 학습 관리다. 상담교사를 별도로 채용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전화로 상담을 하고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하는지 알려준다. 한 달에 한 번은 지역아동센터 센터장과 통화해 발전사항을 공유하고, 학생의 부모님과 학습 진척도를 공유한다. 상담교사가 모두를 연결하는 오프라인 프로그램으로 온라인 학습의 효과를 높이고 있다."

조 상임이사의 복지사업 철학은 '수혜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을 하자'는 것이다. 일회성 행사를 지양하고 '타깃형 복지'를 한다. 예산이 제한된 여건에서 최선의 성과를 만든다면 복지정책이 이를 반영해 복지 대상 전체가 혜택을 보는 선순환 구조를 이끌 수 있다는 설명이다.

ㅡ다문화가정 학생이 초급교육을 마치더라도 고등교육으로의 진입이 취약한 문제가 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까지는 교육을 해줘야하는 게 맞지만, 재단의 재정적 한계 때문에 다 못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동수가 총 4만2000명 정도다. 우리 재단이 도울 수 있는 재원적 역량은 10% 정도인 3000명~4000명이다. 10%를 통해 베스트 프랙티스(최고 운영성과)를 만들고자 한다. 사회 계층의 가장 취약한 곳을 찾아서 가장 적절한 솔루션을 제공해 효과를 내고, 이로써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내면 정책에 반영돼 전 계층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ㅡ보건복지부와도 협업을 하고 있다.

"좋은 아이디어도 실행력을 확보하려면 관, 정부가 참여해 주는 게 좋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와 사업에 대해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복지부에서도 다문화가정 아이들에 대한 문제점은 인식하고, 저희 제안에 따라 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복지부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ㅡ국내환경에서 생명보험재단의 꿈이룸 지원사업 이상의 정책적 대안이 필요해 보인다.

"국민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복지부에서 정책으로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저희는 다른 소외된 계층 찾아서 새로운 사업을 구상할 것이다. 예컨대 독거노인 중 가장 취약한 계층이 남성인데, 남성 독거노인 문제 첫 번째가 의식주다. 두 번째는 외로움, 세 번째는 사교성이 떨어지는 데 따라 사회성이 낙후되는 것이다.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기 위해 '생명숲 100세 힐링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반찬배달과 같은 복지활동으로 그치는 게 아닌, 반찬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ㅡ다문화가족 지원 및 복지활동에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는 이들도 있다.

"단일민족이라는 개념을 깨야한다. 그렇지 않고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 초등학교 왕따의 원인은 피부색깔이 아니라 학력차이다. 선생님의 관심 바깥에 있는 아이들이 학습을 따라가지 못하고, 결국 왕따를 경험하는 것이다. 꿈이룸 지원사업을 통해 관리하고 있는 아이들이 선생님, 동료 학생들에게 관심을 받기 시작하는 등 변화가 일고 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학교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조 상임이사는 충북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생명에 입사해 26년간 보험회사에 몸담은 금융맨 출신으로 감사팀 감사총괄파트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2017년 1월부터 생명보험재단 상임이사로 근무,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있다.

ㅡ26년간 보험사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생명보험재단에까지 어떤 과정과 결단이 있었나.

"일반 기업에 있을 나의 목표는 성과창출이 첫 번째, 두 번째가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다. 복지사업이라는 것은 이익이 아닌 얼마나 효율적으로 배분하는지가 중요하다. 상당한 매력을 느꼈다. 기존 복지사업은 수혜자의 의사를 묻지 않고 물을 주는 복지가 많다면, 제가 생각하는 복지는 목이 마른사람한테 물을 줘서 똑같은 돈이라도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하자는 것이다. 노인 중에서도 취약한 남성독거노인, 치매의 경우 경증치매로 복지사업 타깃을 분명히 한다. 예산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만 모두를 만족시키는 복지재원은 국가도 민간도 확보할 수 없다. 가장 시급하고 취약한 계층을 찾아내 재원을 투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ㅡ우리 사회의 복지 사각지대에서 당정의 힘이 닿아야 할 시급한 곳은.

"우리나라는 노인 부분 지표가 매우 취약하다.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을 보면 80대 자살률은 80여명으로 전체 자살률보다 3배나 높다. 노인빈곤율은 46%로 OECD 국가 중 1위다. 많은 노인복지예산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나타난 우리나라 복지의 민낯이다. 왜일까. 복지가 절실한 사람부터 차근차근 해결해야하는데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면서 65세 이상은 다 도우려다보니 비용은 많이 투입되지만 효율성은 떨어지는 것이다.

더 나아가 복지 수혜자를 만들지 않는 정책이 가장 좋은 정책이다. 꿈이룸 사업 역시 교육을 못 받은 아이들이 나중에 복지 수혜자가 돼 세금이 투입돼야 할 계층이 될 수 있는 문제를 현 시점에서 예방하고 선제적 대응을 하자는 취지다. 경증치매도 잘 관리하면 중증치매로 넘어가는 것을 지연시킬 수 있다. 국가가 제공하는 치매서비스로의 세금 투입이 줄게 되는 것이다. 제가 하는 일이 자랑스럽고 우리 사회에서 큰 가치를 창출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월급이 기업보다는 적지만, 기업에서 얻는 가치보다 생명보험재단에서 일하는 가치가 더욱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