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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재계 신사' 동원 김재철 회장, 마지막도 그 답게

50주년 기념식서 전격 퇴진 발표
배 한척으로 시작해 7조 규모로 육성
90년대 62억 증여세 완납, 정도경영의 표본

윤병효 기자 (ybh4016@ebn.co.kr)

등록 : 2019-04-16 16:48

50년 동안 동원그룹을 이끌며 세계적 수산기업으로 일군 김재철(85) 회장이 전격적으로 경영 퇴진을 선언했다. 김 회장은 증여세를 완납하고 자식들에게 철저한 경영수업을 가르쳐 '재계 신사'로 불렸기에 마지막 떠나는 모습도 그 답다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습항해사 3년만에 우리나라 최연소 선장
▲ 거꾸로 지도 앞에 선 동원그룹 김재철 회장.

김재철 회장은 16일 오전 경기 이천 동원리더스아카데미 연수원에서 가진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경영 퇴진을 선언했다.

김 회장은 기념사에서 "임직원 여러분이 땀을 흘리고 힘을 모은 결과 동원은 1,2,3차 산업을 아우르는 6차 산업을 영위하며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며 "앞으로 다가오는 새로운 도전도 잠재력과 협동정신이 발휘되면 능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1969년 원양어선 1척을 보유한 작은 수산회사로 동원그룹을 설립해 50년 만에 4개 사업군(식품 수산 패키징 물류) 총매출 7.2조원 규모의 기업으로 키웠다.

우리나라 최초 원양어선인 ‘지남호’의 유일한 실습항해사였던 김 회장은 약 3년 만에 우리나라 최연소 선장이 되었고, 그의 이름은 세계 수산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브랜드가 됐다. 그리고 30대 중반에 창업한 회사는 어느덧 창립 50주년을 맞았고, 그를 포함해 3명이서 시작한 회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생활기업(동원그룹)과 증권기업(한국투자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김 회장은 ‘재계의 신사’로 불린다. 창업 후 50년의 세월 동안 성실하고 치열하게 기업경영에만 몰두했고 정도경영의 길만을 걸어왔다. 창업 당시 직접 만든 사시는 ‘성실한 기업활동으로 사회정의의 실현’이다. 그는 50년 동안 사시를 실현하기 위해 엄격하게 살아왔다.

김 회장은 ‘기업인이라면 흑자경영을 통해 국가에 세금을 내고 고용창출로 국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기업인의 성실과 책임을 강조한다. 창립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냈던 해에는 죄인이라는 심정으로 일절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경영에만 전념했던 일화도 있다. 또한 1998년 IMF외환위기를 비롯해, 공채제도를 도입한 1984년 이후 한 해도 쉬지 않고 채용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김 회장의 증여세 납부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김 회장은 1991년 장남 김남구 부회장에게 주식을 증여하면서 62억3800만원의 증여세를 자진 납부했다. 당시 국세청이 ‘세무조사로 추징하지 않고 자진 신고한 증여세로는 김재철의 62억원이 사상 처음’이라고 언론에 밝히며 주요신문들에서 크게 보도되기도 했다.

김 회장은 당시 증여세 자진납부로 인해 다른 기업인들로부터 핀잔을 듣기도 했고, 심지어 세무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기도 했다. 국세청조차 차명 계좌를 통해 훨씬 많은 지분을 위장분사했을 것이고 의심하고 세무조사를 했다는 것이다. 조사 결과 탈세사실이 전혀 없다는 것이 드러나 의심한 것 자체를 부끄럽게 했다고 한다. 그만큼 그의 정도경영은 사회통념을 넘어설 만큼 정직했다.

◆장남은 명태잡이 어선, 차남은 청량리 영업사원 시켜
▲ 1969년 8월, 동원의 최초 어선인 '제31동원호' 출어식에 참석한 김재철 회장.
김 회장의 정도경영과 원칙은 자녀교육에도 마찬가지였다. 김 회장은 두 아들이 어릴 적부터 성인이 되어서도 1주일에 적어도 한 권의 책을 읽고 A4 4~5장 분량의 독후감을 쓰도록 했다. 책을 많이 읽어야 통찰력이 생기고, 잘못된 정보에 속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어릴적부터 경영수업을 시킨 것이다.

그리고 장남인 김남구 부회장이 대학을 마치자, 북태평양 명태잡이 어선을 약 6개월 정도 태웠다. 또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은 입사 후 창원의 참치캔 제조공장에서 생산직과 청량리지역 영업사원 등 가장 바쁜 현장부터 경험시켰다. 두 아들 모두 현장을 두루 경험한 후 11년이 넘어 임원으로 승진했다. 경영자가 현장을 모르면 안되며, 경험을 해봐야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마음과 말을 이해할 수 있다는 원칙 때문이었다.

최근 몇몇 재벌 자녀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사건들이 발생하는 와중에, 그의 엄격한 자녀교육은 재계에서 본받을만한 모범적인 사례로 언급되고 있다.

◆재단 통해 40년간 420억 장학금 지원
김 회장이 성실한 기업활동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것은 납세와 고용창출 그리고 ‘인재육성’이었다. 우리나라가 부강해지기 위해서는 사람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원양어선 선장이던 시절부터 고향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던 김 회장은, 창업 10년인 1979년에 자신의 지분 10%를 출자해 장학재단인 '동원육영재단'을 설립했다. 대기업조차 장학재단을 운영하는 예가 드물던 시기였다.

동원육영재단은 40년 간 장학금과 연구비, 교육발전기금 등 약 420억원에 가까운 장학금을 통해 우리나라 인재육성에 힘쓰고 있다. 또한 어린이들에 그림책을 나눠주는 ‘동원 책꾸러기’와 대학생 대상 전인교육 프로그램인 ‘라이프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최빈국이었던 시절에 젊은날을 보내며, '사업보국을 통해 나라를 부강하게 하는 데 인생을 바치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성실과 정도만을 걷는 경영으로 사회필요기업을 만들어왔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나라를 넘어 글로벌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기업가정신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기업인들과 국민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김재철 회장 프로필>
-1935년 4월7일 전남 강진 출생
-1958년 부산수산대학교 어로학과 졸업
-1977년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최고경영자과정
-1978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최고경영자과정
-1981년 미국 하버드대학교 최고경영자과정
-2001년 명예 경영학박사(한국외국어대학교)
-2008년 명예 문학박사(조선대학교)
-2017년 명예 이학박사(광주과학기술원)

<경영활동>
-1963년 동화선단 선장
-1964년 고려원양어업 수산부장
-1968년 고려원양어업 이사
-1969년 동원산업주식회사 설립.사장
-1982~1996년 동원증권(구.한신증권) 사장
-1997~2005년 하나은행 사외이사
-2003~2004년 동원금융지주(현.한국투자금융지주)주식회사 회장
-2005~2010년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
-1989~현재 동원그룹 회장

<상훈>
-1987년 한국의 경영자상(한국능률협회)
-1991년 금탑산업훈장 (대한민국정부)
-1995년 인촌상 (제9회 산업기술부문)
-1998년 국민훈장 모란장 (대한민국정부)
-2003년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상 (한국경영인협회)
-2008년 국민훈장 무궁화장 (대한민국정부)
-2016년 6.25 해외참전용사들에 대한 보은활동 공로 (국가보훈처)
-2017년 제1회 대한민국을 빛낸 호남인상 (호남미래포럼)
-2001년 벨기에국왕 훈장
-2005년 페루 알레한드로 톨레도 대통령 기사공로훈장
-2006년 칠레산업최고훈장 베리나르도 오히긴스
-2007년 일본 욱일중광장
-2013년 세네갈 국가 공로훈장
-2017년 뉴질랜드 정부 공로훈장

<저서>
-2016년 김재철 평전 (저자 공병호, 21세기 북스)
-2008년 신해양시대 신국부론 (나남)
-2000년 지도를 거꾸로 보면 한국인의 미래가 보인다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