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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포괄임금제 폐지 수순…임금삭감 대비책 마련해야"

총 임금 중 상당수가 각종 수당으로 채워진 형태
기업 편의상 기형적으로 낮춘 기본급 비중 높여야

김재환 기자 (jeje@ebn.co.kr)

등록 : 2019-05-24 15:42

▲ 전국건설노동조합이 지난해 9월 12일 세종시 고용노동부 청사 앞에서 포괄임금제 폐지를 요구하며 개최한 '1일 총파업 집회' 현장.ⓒEBN 김재환 기자

이른바 '공짜 야근'으로 악용되는 포괄임금제가 퇴출될 전망인 가운데 건설노동계는 불합리한 현행 임금체계가 개편되지 않을 경우 부당한 임금 삭감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각종 세금과 퇴직금 산정 기준이 되는 기본급을 최저임금 수준으로 동결하고 초과근무 및 각종 수당(포괄임금 부문) 중심으로 월급 총량을 늘려온 관행 탓이다.

따라서 현재 기형적으로 낮은 기본급 비중을 높이고 수당 비중을 줄여야 포괄임금제가 폐지됐을 때 본래 받아야 할 임금 총액이 줄어들지 않게 된다.

24일 건설노동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올해 중 발표키로 한 포괄임금제 지침은 '노동시간을 산정하기 어렵지 않을 경우 명시적 합의가 있어도 무효'라는 대법원 판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사실상 작업 시간표에 따라 일하는 건설현장직과 출퇴근 기록이 명확한 사무직에 대한 포괄임금제가 폐지돼야 한다는 얘기다.

포괄임금제는 노동시간이 일정치 않아 수당을 책정하기 어려운 직군에 초과근무 및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요구할 수 있는 각종 수당을 정액제로 지급하는 제도다.

예를 들면 100만원을 포괄임금으로 책정하면 휴일이나 야근 근무가 주 10시간이든 20시간이든 같은 금액을 받게 된다. 문제는 다수 노동자가 본래 일한 시간에 맞춰 받아야 할 돈보다 더 적은 금액을 정액제로 받고 있다는 점이다.

건설노동계는 포괄임금제 폐지가 임금 삭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현행 임금 산출 구조상 포괄임금으로 지급하는 수당이 전체 임금 중 상당량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지용 전국건설기업노조 홍보부장은 "현행 임금구조는 회사의 세금 회피 또는 통상임금에 기반한 퇴직금 등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기형화돼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일하는 시간과 상관없이 기본급을 올리지 않고 각종 수당(포괄임금제 부문)을 신설해 지급하다 보니 문제가 생기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 사원 월급이 약 300만원인 한 건설사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으로부터 최저임금 위반으로 받은 시정지시서 중 일부ⓒ건설기업노조

실제로 한 대형건설사 직원의 월급명세서를 받아본 결과 총액 905만원 중 기본급은 490만원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10개 항목의 각종 수당으로 책정돼 있었다.

이 상태에서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게 되면 수당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시간 외 수당(초과근무) 약 200만원부터 대폭 삭감된다.

본래 기본급에 포함됐어야 할 돈이지만 포괄임금제에 의해 실제 일한 시간과 관계없이 정액제로 산출한 각종 수당이 증발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제시된 대안은 업계 최초의 포괄임금제 폐지 건설사인 한라와 삼부토건의 사례를 참고한 '기본급과 수당의 비율 조정을 통한 임금 총량 보존' 방식이다.

이 방식은 기본급을 높이지 않기 위해 신설했던 수당들을 폐지해 기본급으로 흡수하고 시간 외 수당은 실제 일한 시간으로 계산하면 된다.

다만 기업 입장에서는 통상임금(기본급 등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돈)이 늘어날 경우 이를 기반으로 산출하는 연차수당과 퇴직금 등이 동반 상승한다는 부담이 있다.

사실상 그동안 기업이 기본급을 과소 책정해서 얻었던 이익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다. 삼부토건과 한라 노동조합의 경우 당해 연봉 인상률 일부를 회사에 양보하는 등의 조건으로 노사 협상 타결을 이뤄냈다.

김 부장은 "한라와 삼부의 사례처럼 타사도 임금체계를 바로 잡아 임금 총량을 보존하면서 포괄임금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