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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채용 늘려도 "퇴직시켜 더 뽑아라"…등골 휘는 은행

은행, 올해 신규 100명씩 더 뽑아…채용계획 미수립 은행도 "확대 검토"
희망퇴직, 1인당 3억 수준 "비용 부담 초래"…"뽑아도 일할 자리 없다"

이윤형 기자 (y_bro_@ebn.co.kr)

등록 : 2019-06-11 11:23

▲ 은행들의 채용규모가 적지 않은데도 더 확대하라는 당국의 고용 현황 점검 계획은 무리한 압박이라는 평가가 따른다.ⓒebn

금융당국의 채용확대 압박에 은행권이 고민에 빠졌다. 비대면 채널 확대로 수년째 몸집 줄이기에 나서는 은행들이 정부의 청년채용 확대 정책에 발맞추기 위해 신규채용 규모는 꾸준히 늘리는 상황인데도 일자리 규모를 더 늘리라는 독려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6일 '금융권 일자리 창출효과 측정 계획'을 발표하고 은행권의 일자리 창출 기여도를 분석해 오는 8월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측정 대상은 KB·신한·우리·KEB하나·NH·수협·SC·씨티은행 등 시중은행과 대구·부산·경남·광주·전북·제주 등 지방은행이다.

금융당국은 정부의 '일자리 중심 경제' 달성을 위한 정책의 일부로 금융 부문에서도 역할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은행권 채용을 들여다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직접 고용 뿐 아니라 자금중개 기능을 통해 타 산업에서 간접적으로 창출하고 있는 일자리도 함께 측정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는 근로여건이 좋고 임금수준이 높은 양질의 일자리로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 중 하나"라며 "금융권 일자리 창출 역할 강화를 위해 경제여건 변화에 따른 금융권 일자리 창출 현황과 구조적 변화추세 등을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은행들의 채용규모가 적지 않은데도 더 확대하라는 당국의 고용 현황 점검 계획은 무리한 압박이라는 평가가 따른다.

실제로 최근 은행들은 신규 채용 규모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현재까지 채용 계획을 발표한 시중은행들의 올해 채용 규모는 지난해보다 모두 100명 정도 확대돼 잡힌 상황이다. 아직 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은행들도 작년보다는 더 늘리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희망퇴직을 늘리면 채용 규모를 더 늘릴 수 있을 것'이라며 독려하고 있지만, 은행들은 비용리스크를 떠안으면서 희망퇴직과 신규채용을 동시에 늘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입장이다. 희망퇴직을 실시하려면 통상 3년 치 임금에 자녀 학자금과 전직 지원금 등 특별퇴직금까지 얹어 지급해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채용이든 퇴직이든 인력 문제는 결국 비용 문제"라며 "은행권 희망퇴직이 매년 2000명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고, 1인당 평균 3억원이 지급되고 있어 퇴직을 유도한 채용 확대는 심각한 부담으로 다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은행이 신규 채용을 늘리더라도 일할 자리는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4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우리·KEB하나)들의 국내 영업점(출장소 제외)은 3074개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3112개)과 비교하면 3개월 새 38개의 영업점이 문을 닫은 것이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의 점포가 올해만 23개 줄었다. 우리은행은 7개의 점포 문을 닫았고,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4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은행들이 채용을 늘리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일자리 감소라는 지적도 나온다. 1분기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정규직 직원수는 총 5만612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5만7082명)과 비교했을 때 962명 줄어든 수치다. 3년 전과 비교하면 감소 폭은 더 크다. 2016년 1분기(6만3877명)와 비교하면 7757명이 감소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비대면 채널 확대로 은행들이 계속해서 몸집을 줄이는 상황에 신규채용을 늘리는 것은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규모를 늘려서 채용했다가 수년 뒤에 희망퇴직으로 내보낸다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불안한 일자리만 양산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