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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식의 이행저행] 10만원권이 먼저냐, 화폐개혁이 먼저냐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9-06-20 10:00

▲ 신주식 금융증권부 금융팀장.ⓒEBN
국내 은행권종 중 최고액권인 5만원권이 발행 10주년을 맞았습니다. 발행 당시만 해도 5000원권과 비슷한 색이라 헷갈린다는 반응부터 지하경제 확대 우려까지 제기됐으나 한국은행은 유통되는 실물화폐 규모가 크게 감소하면서 효율성과 비용절감이라는 기존 정책효과를 충분히 얻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1000원권과 5000원권, 1만원권에 이어 5만원권 발행으로 국내 유통되는 권종은 4종으로 늘었습니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500원권이 지폐로 유통됐으나 이를 동전으로 대체한 이후 2009년 6월 5만원권 발행 전까지 우리나라의 은행권은 3종을 유지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OECD 국가의 은행권 권종수는 대부분 4~7종이며 고액권 중에서는 5만원권보다 훨씬 높은 권종도 유통되고 있습니다. 유로화의 경우 5유로권부터 10유로, 20유로, 50유로, 100유로, 200유로, 500유로권까지 발행됐으나 범죄에 악용된다는 지적을 받아온 500유로권은 발행이 중단됐습니다.

500유로권 2000장으로 100만유로(한화 약 13억원)를 채우면 무게가 2kg을 약간 넘는다고 합니다. 한국조폐공사에서 1만장씩 묶은 5만원권 다발(5억원)이 약 10kg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500유로권은 범죄에 악용될 소지도 그만큼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 달러화도 1달러권부터 2달러, 5달러, 10달러, 20달러, 50달러, 100달러 등 7권종인데 2달러권은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최고액권인 5만원권의 액면가치는 2018년말 기준 20개 OECD 회원국 최고액권 중 4번째로 낮고 전체 평균값(16.2만원)의 31%, 중위값(7.8만원)의 64%에 불과합니다. 세계 최고액권은 스위스에서 발행하는 1000스위스프랑권(한화 약 118만원)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지난 2000년대 후반 5만원권 발행을 추진하면서 10만원권 발행에 대한 논의도 이뤄진 바 있으나 최종적으로 5만원권만 발행하는 것으로 결정됐습니다. 그러나 1만원권이 처음 발행됐던 시기를 생각하면 10만원권을 발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1만원권 발행이 시작됐던 1973년 공무원봉급표를 찾아보면 현재 9급(당시 5급) 공무원의 봉급(본봉+직책수당)은 2만원을 밑돌았으며 현재 5급(당시 3급) 공무원의 봉급도 3만원에 약간 못미쳤습니다. 현재 9급 공무원 봉급의 절반이 넘는 고액권이 발행된 것이니 스위스에서 1000스위스프랑권을 발행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10만원권 발행도 무산된 바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뭔가 큰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5만원권을 넘어서는 고액권 발행을 언제 다시 추진할 수 있을지는 기약할 수 없습니다.

한국은행과 한국조폐공사 관계자분들을 같이 만났던 자리에서 문득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화폐개혁이 이뤄진다면 10만원권 발행도 다시 검토가 이뤄질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는 1905년과 1950년, 1953년, 1962년 등 총 4차례에 걸쳐 화폐개혁이 이뤄졌습니다.

1905년에는 일본이 우라나라의 경제침탈을 위해 이뤄졌으며 1950년에는 전쟁으로 인한 경제교란 수습을 위해, 1953년에는 전쟁 중 남발된 통화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수습하기 위해 실시됐습니다. 마지막으로 단행된 1962년 화폐개혁은 인플레이션 수습에 더해 '경제개발 5개년계획'의 효과적인 달성을 위해 이뤄졌습니다.

지난 4월 화폐개혁에 관한 논란이 불거지면서 관심을 모았습니다. 2004년 이후 15년만에 다시 불거진 화폐개혁(Redenomination)의 골자는 현재 1000원인 액면가를 1원으로 조정하자는 것인데 외국의 1달러, 1유로에 비해 우리나라 화폐단위가 지나치게 크다는 점도 화폐개혁의 명분이 됐습니다.

당위성 만큼이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높다 보니 화폐개혁은 선뜻 나서지 못하는 정책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화폐개혁이 먼저가 될지, 10만원권 등 고액권 발행이 먼저 이뤄지게 될 것인지에 대한 호기심은 남아있고 이에 대한 전망을 제기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한국은행 관계자도 이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입니다.

"화폐개혁이나 5만원권을 넘어서는 고액권 발행이나 누구도 예상할 수 있는 주제는 아니죠. 화폐개혁이 이뤄진다면 그때 고액권 발행 논란은 10만원권이 아니라 100원권이 될 수는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