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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부동산은 생각하지 마"

문은혜 기자 (mooneh@ebn.co.kr)

등록 : 2019-06-20 14:34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고 말하면 우리는 바로 코끼리를 생각하게 된다."(조지 레이코프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안정을 위해 각종 대책과 규제를 쏟아낸 지 어느덧 2년이 지났다. 그동안 전 국민은 나도 모르는 사이 부동산 전문가가 됐고 없을수록 서울에 집 한 채는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더욱 굳건해졌다.

부동산을 잡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역설적이게도 '부동산은 불패'라는 신념을 국민들 머릿속에 더 강하게 박아 넣은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실제 통계가 뒷받침해준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된 9·13 대책 이후 서울을 비롯한 전국 집값이 반년 넘게 하락세를 이어가자 "시장이 안정되고 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이전까지 급등한 수치와 비교하면 하락폭은 민망할 정도로 미미한 데다 최근엔 그마저도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폭등의 진원지였던 강남·용산·마포 등을 중심으로 말이다.

세금 등 압박을 받은 다주택자들이 보유세 부과 기준일인 6월을 기점으로 매물을 던질 것이라던 예상도 보기 좋게 빗나갔다. 다주택자들은 "버티면 승리한다"는 정신으로 부동산 커뮤니티 등을 통해 서로를 다독이며 암흑기를 견뎌내는 중이다.

반면 정작 정부가 내 집 마련을 도와주고자 했던 무주택자들은 팔짱만 끼고 있다.

청약제도는 바뀌었지만 가점이 높지 않은 이들에겐 여전히 그림의 떡인데다 당첨된다 해도 골칫거리다. 분양가는 너무 올라버렸는데 대출받을 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무주택자들이 눈물을 머금고 버린 물량은 현금부자들이 줍고 줍는다.

다주택자는 버티고 무주택자는 뒷짐 진 상황 속에서 얼어붙은 주택 거래량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반면 전월세 거래는 갈수록 늘어나는 분위기다.

최근 강남, 잠실 등 알짜 재건축 단지나 수십억 대에 이르는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간간이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지만 시장의 80% 이상인 무주택자나 1주택자들에겐 남의 이야기에 불과하다. 진짜 시장을 움직이는 실수요자들은 타이밍만 기다리며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관망세는 "집은 사는 곳이지 사는 것이 아니다"라는 정부 의도를 바탕으로 하기보단 "기회가 되면 나도"라는 생각으로 눈치 보고 있는 것에 가깝다. 최근 시세보다 4~5억원 가까이 싸게 분양된 공덕 SK리더스뷰 1가구 모집에 5만명에 가까운 청약자가 몰렸다는 사실은 이를 반증하는 사례다.

머리 내미는 두더지를 집중 타격하는 게임처럼 정부는 시장에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규제'라는 방망이로 두들겨대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 인식 속에는 "저곳이 바로 사야 할 곳"이라는 인식만 강해지고 있다.

온갖 규제에도 불구하고 최근 강남을 중심으로 서울 집값이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 정부는 또다시 "부동산은 생각하지 마"라고 외칠 것이고 국민들은 또 한 번 부동산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프레임을 전환하지 않으면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