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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철학은 지혜와의 대화…삶에 소속감 느끼게 해줘요"

한국어 배워 철학의 지혜 전파하는 이스라엘 철학자 일라닛 아다르 이사
설립62년 뉴아크로폴리스 60개국 진출 철학학교…한국법인은 대학로에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등록 : 2019-07-26 00:00

▲ '뉴아크로폴리스' 한국법인 일라닛 아다르 이사는 철학을 '영혼의 주인으로 사는 기술'이라고 정의하면서 철학을 통해 자신의 본성을 찾고 이치를 이해하면 삶에 대한 소속감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EBN

글로벌 혁신대학인 미네르바스쿨이 샌프란치스코 등 전세계 7개 도시에 근거지를 마련하고 있다면, 서울 대학로에는 '뉴아크로폴리스'라는 철학학교가 있다. 미네르바스쿨에서 살아있는 글로벌 비즈니스를 배운다면, 뉴아크로폴리스에선 철학자들을 통해 삶의 본질을 꿰뚫는 지혜를 경험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두 학교명에는 번영과 리더십이 꽃피었던 그리스로마시대 단어가 등장한다. '미네르바'는 지혜와 기술을 주관하는 그리스신, 아크로폴리스는 그리스 '높은 도시'를 뜻한다. 여기서 비롯된 뉴아크로폴리스는 내면에서 발견하는 '새로운 높은 도시'로, 강하게 단련된 영혼과 정신을 상징한다.

현대인들은 하나같이 바쁘고 불확실한 시대를 살고 있다. 뉴아크로폴리스는 동서고금의 철학자들이 제시한 처방전, 지혜의 힘을 통해 자신만의 정신과 영혼을 지켜낼 것을 제안한다.

철학은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언젠가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철학은 인간 내부를 풍요롭고 지혜롭게 해 외부를 바라보는 우리 눈을 바꿔놓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저마다의 아름다운 아크로폴리스, 따뜻하고 소박한 유토피아를 완성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뉴아크로폴리스는 말한다.

무엇보다 철학은 삶 속에서 실천해나갈 때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일까. '뉴아크로폴리스' 한국법인 일라닛 아다르 이사는 이스라엘 사람이지만 마치 한국인에 빙의된 듯, 능숙한 한국어로 철학의 메시지를 전한다.

오랫동안 아시아 철학에 심취했고, 철학의 지혜를 전파하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한국행을 택했다. EBN은 세계인들이 철학을 통해 매일매일 내면을 강화시키는 훈련을 하길 바란다는 일라닛 아다르 이사를 만났다. 그는 철학을 '영혼의 주인으로 사는 기술'이라고 정의하면서 철학을 통해 자신의 본성을 찾고 이치를 이해하면 삶에 대한 소속감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뉴아크로폴리스(newacropolis)는 어떤 곳인가요?

=뉴아크로폴리스는 철학 학교입니다. 우애(fraternity)·지식(knowledge)· 자기성장(development)을 원칙으로 철학·문화·봉사활동을 하는 국제단체입니다.

1957년 역사학자이자 시인, 철학가인 호르헤 엔젤 리브라가(Jorge Angel Livraga Rizzi 1931-1991) 선생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이 단체를 처음 설립했어요. 그는 동서고금 철학자를 통해 삶에 대한 영감과 용기를 얻었어요.

그는 철학이 주는 힘을 통해 자기 자신을 더 잘 알게 되고, 삶에 대한 소속감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지요. ‘삶의 문제에 답하는 실용철학’을 널리 알리기 위해 지금까지 국경 없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어요.

설립 62년이 된 뉴아크로폴리스는 현재 세계 60여 개국에서 철학학교를 열었어요. 15가지 언어를 사용하는 다양한 배경과 출신을 가진 수천 명의 회원과 자원 봉사자들이 함께 합니다.

뉴아크로폴리스는 모든 국가에서 공통의 방법론(텍스트)으로 실용철학을 가르쳐요. 첫 단계의 교육은 개인에서 사회로, 사회에서 인류를 향한 방향으로 전개됩니다. 인도·티벳철학·붓다·스토아철학 등 동서양 철학을 통해 우리 사유와 인식의 범위를 넓혀 가고자 합니다.

예컨대 뉴아크로폴리스에서 실용철학 수업에 첫발을 내딛는 회원들은 △매일의 영웅(인도 철학) △침묵의 목소리 듣기(티벳 철학)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의 길(붓다의 가르침) △내적 조화를 이루는 법(스토아철학) △미덕이 있는 사람(중국 철학) △나와 사회와 같은 주제의 수업을 통해 철학적 여정을 경험하게 됩니다.

뉴아크로폴리스는 단순 철학이론만 가르치지는 않아요. 어떤 학문이든 행동과 연결되고 실용적일 때 가장 극대화된 교육이 됩니다. 우리는 회원들이 인식한 철학적 사유를 행동으로 옮기는 '실용철학'을 추구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론을 배울 뿐만 아니라 실생활에서 응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문화·환경·사회적)을 추진하지요.

최근에는 대학로에 방치된 벽을 아름답게 꾸미는 벽화그리기를 했습니다. 연례행사로는 유네스코가 선언한 '세계 철학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에요. 사진전을 비롯해 공연 관람과 박물관 관람도 있습니다. 인도주의적 활동을 비롯해 환경 보호 활동도 하고 있어요. 철학은 단지 추상적인 사고과정이 아니라 실천이기 때문이에요.

뉴아크로폴리스는 궁극적으로 개인의 사고 수준과 성찰의 힘을 끌어올려 사회의 인식 수준과 성숙도를 향상시키고자 합니다. 공자도 '사회의 모든 발전은 개인의 성장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했습니다. 뉴아크로폴리스는 '우리 안의 높고 새로운 내면세계'란 뜻을 담고 있어요.

뉴아크로폴리스는 외부 환경이 비록 어렵고 척박하다할지라도 우리 안의 아름다움과 선함, 진리와 정의, 인류애와 미덕 등 인간이 갖는 고유한 가치를 발현해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 '뉴아크로폴리스' 한국법인 일라닛 아다르 이사는 철학을 '영혼의 주인으로 사는 기술'이라고 정의하면서 철학을 통해 자신의 본성을 찾고 이치를 이해하면 삶에 대한 소속감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EBN

-오늘날 특히 우리에게 철학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쁜 일상 속에 살아가는 많은 현대인들은 성과주의·무기력·좌절감 같은 로 인해 쫓기듯 살아갑니다. 안타깝게도 현대 시대는 우리에게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주지 못하고 있어요. 꿈과 희망을 제시하는 지도자도 많지 않아 보여요. 비전 없는 사회를 사는 인간의 삶은 공허하기만 합니다. 목적도, 사는 보람도 없이 그저 공기를 마시고 살아간다는 것만으로는 위대한 사회라고 할 수는 없어요.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서 내면의 중심을 찾고, 삶에 대한 소속감을 찾을 수 있을까요. 바로 철학이 들려주는 삶의 지혜에 있어요. 고대의 인간도 현재의 우리처럼 불완전한 삶을 살았지만 지혜를 들려줄 철학자, 지도자들이 주변에 있었어요.

고대 사람들도 우리처럼 '어떻게 내면을 강하게 할 것인가', '마음의 중심을 유지하는 법은 무엇인가', '불안과 분노를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와 같은 고민을 했고 철학자들의 통찰을 통해 심각한 문제를 극복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었어요. 삶에 대한 소속감을 갖게 된 것이죠.

철학은 '스스로를 치유하는 처방'에서 시작해 공동체를 위한 지혜로까지 뻗어나가 사회를 형성하는 인식 수준에 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말할 수 있어요.

-이스라엘에서 배운 철학을 전파하기 위해 6년 전 한국으로 오셨는데 한국은 어떻게 변화되고 있나요?

=나는 2000년 초부터 뉴아크로폴리스 예루살렘에서 철학을 공부하며 홍보전략을 맡았어요. 우리를 강인하게 하고,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 철학의 힘을 널리 전파하고 싶었어요. 철학의 힘을 전파하는 일이 내 인생에서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했죠. 특히 세계 다양한 철학 사상을 접하면서 아시아 철학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러면서 뉴아크로폴리스가 아시아 여러 국가엔 진출했지만 한국에는 학교를 마련하지 않게 됐음을 알게 되면서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2012년부터 한국 진출을 준비하며 한국어를 공부했어요. 2013년 서울에 도착해 신사동, 홍대를 거쳐 지금은 대학로에서 뉴아크로폴리스 철학학교를 운영하고 있어요.

한국에 대한 첫인상도 세계 다른 나라들과 비슷했어요. 전세계 다수의 국가가 자본주의 경제 체제와 민주주의를 채택하면서 비슷한 모습을 갖게 됐다고 생각해요. 국가와 인종을 막론하고 철학이 필요한 시대임은 자명해보입니다. 철학은 우리가 아무리 힘든 상황에 처했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곳에서 '실용철학'을 경험한 뒤 행동과 삶이 변화된 학생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 때문에 뉴아크로폴리스를 방문한 분들이 영혼의 근육을 튼튼히 가꿔가면서 자기 자신을 실현해가는 사람이 됩니다. 뉴아크로폴리스는 동서고금의 철학 간의 공통점에 집중해 보편적인 인간의 질문과 내가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답을 철학을 통해 되지요. 그리고 배운 지혜를 실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실용적인 도구를 제시합니다.

다양한 상황을 통해서 삶에 대한 태도를 향상 시킬 수 있게 되면 행복해지는 데는 많은 것들이 필요치 않다는 것을 느끼죠. 생존경쟁 때문에 잊고 지낸 '삶을 사랑하는 지혜'를 듣고 나면 자기 삶과 영혼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동서고금의 지혜를 통해 우리 자신과의 관계를 강화시키고 자연과 우주에 대한 의식수준을 확장 시키고 삶에 대한 소속감을 느낄 수 있게 합니다.

-미국에서는 전쟁에 참여하는 군인들에게 '스토아철학(stoicism philosophy:자기성찰의 실천철학)' 수업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그들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의미와 실천력을 상기시키기 위해서인데요. 금융 산업을 비롯한 모든 비즈니스맨들에게는 철학이 필요합니다. 매달, 매년 실적으로 평가받는 금융권 CEO들에게 전하고 싶은 <철학적 메시지>가 있으신가요.

=일단 우리는 지나칠 만큼 너무나 빠르고 복잡한 현실을 살아가기 때문에 언제나 올바른 판단을 할 수 만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철학자들의 지혜와 통찰에서 도움을 얻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리더는 어느 수준에서는 철학가가 되면 좋겠습니다. 철학의 힘은 내가 결정한 일에 대해 책임을 지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리더와 최고경영자(CEO)는 그룹에서 본보기(본을 받을 만한 대상)가 되어야 합니다. CEO는 회사의 이익(숫자)을 우선시하기보다 직원들이 행복하게 일하는 지가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CEO의 역할 중 하나는 회사 분위기가 조화로운 분위기가 유지되는 것, 균형을 이루는 것을 챙기는 일입니다.

금융사 CEO들에게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추천합니다. 명상록은 로마제국의 16대 황제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자기 자신에게 리더로서 할 일을 기록한 책입니다. 세익스피어는 그를 ‘가장 탁월하고 가장 고결한 로마인’이라고 칭했습니다.

철학자이기도 했던 황제는 매일 아침 자기 자신에게 “만일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목적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면, 나는 누구란 말인가?”라고 자문합니다. 그리고 황제는 ‘인간은 서로를 위해 태어났다’고 말합니다. 각자도생의 현대야말로 서로의 존재가 절실한 사회죠.

'명상록'은 리더로서의 황제가 자신의 역할과 인생을 얼마나 깊이 성찰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황제는 ‘자신과 조화를 이루며 사는 사람은 우주와도 조화를 이루며 산다’고 말했죠. 세계적인 지도자들도 '명상록'을 읽으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합니다. 저는 이 책을 머리맡에 두고 매일 마다 지혜의 말들을 곱씹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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