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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살롱] 꿈을 향한 여정, 금융의 역할

영화 '롱샷'…한계 극복하고 꿈·사랑 이뤄 나가는 성장드라마
인류 생애여정서 금융은 금융소비자에 어떤 동행 돼야할까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등록 : 2019-08-12 18:38

▲ 망설이는 프레드(세스 로건 분)에게 대선 출마를 준비하는 샬롯(샤를리즈 테론 분)이 제안한다. 프레드는 권력집단으로 전락한 신문사를 박차고 나온 백수 기자. 그런 그에게 샬롯은 네 글 정말 좋다고, 그리고 너의 글만이 내 진심을 잘 표현할 수 있다고 말한다.ⓒ네이버

“누나의 연설문 비서관이 돼 달라구? 내 글은 그렇게 품격 있지 못해"

“너의 글은 재미있고 진솔하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그리고 넌 꿈을 준비해온 나를 잘 아는 사람이기도 해"


망설이는 프레드(세스 로건 분)에게 대선 출마를 준비하는 샬롯(샤를리즈 테론 분)이 제안한다. 프레드는 권력집단으로 전락한 신문사를 박차고 나온 백수 기자. 그런 그에게 샬롯은 네 글 정말 좋다고, 그리고 너의 글만이 내 진심을 잘 표현할 수 있다고 말한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프레드를 연설문 비서관으로 고용한 샬롯은 자신의 연설이 명문장으로 기억되기보다는 듣는 이의 가슴을 두드리는 '진정성'이 되기를 원한다.

옆집에 살던 첫사랑이 대권주자가 되어 나타났다는 이 꿈 같은 이야기는 얼마 전 개봉한 영화 '롱샷'이다. 틀에 박힌 '선남선녀 커플' 공식을 뒤집은 주인공 둘은 20년 전 이웃에 살던 '초딩'과 '고딩' 관계.

프레드는 학생회장 선거 출마를 준비하는 3살 위 누나 샬롯에 푹 빠진다. 프레드를 돌보는 보모 알바생이기도 했던 샬롯은 어린 프레드에게 피자를 만들어주며 자신의 선거 공약인 '환경 보호'에 대해 설파한다.

사람은 사람의 꿈에 반한다. 프레드는 “모두가 약자를 위하는 척 하는데, 가장 약한 존재는 우리 지구"라고 말했던 소녀 샬롯을 사랑했다. 프레드는 샬롯조차도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 꿈에 대한 열정을 소환해 연설문 곳곳에 녹여 넣는다. 프레드는 그녀의 삶을 그렇게 ‘증언’하며 다시 그 사랑에 빠진다.

샬롯은 프레드로 인해 '내면아이(inner child)'의 꿈과 에너지를 복원하고 잠재력을 꽃피운다. 자신을 누르는 정치적 억압, 테러 리스트의 공격, 여성을 액세서리 쯤으로 여기는 세간의 시선과 맞선다. 인질범을 설득하는 대목에게서는 강인한 지도자로 변모한다.

그녀는 생방송 무대에 눈부시게 등장한다. 그리고 포효한다. "비디오 가게에서 일했던 16살 때 이후 처음으로 쓰는 이 말과 함께 시작하겠습니다. 일을 그만 두겠습니다. 국무장관을 사임하고 대선에 출마하겠습니다"라고. 샬롯의 삶을 목격한 프레드였기에 탄생 가능했던 선언문이다.

꿈을 향한 길 위에서 고통을 이겨내고 더 나은 존재가 되어가는 샬롯을 보며 프레드는 고집불통 기자에서 탈피해 사랑꾼으로 나아간다.

▲ 사실 프레드는 “모두가 약자를 위하는 척 하는데, 가장 약한 존재는 우리 지구"라고 말했던 소녀 샬롯을 사랑했다. 프레드는 샬롯조차도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 꿈에 대한 열정을 소환해 연설문 곳곳에 녹여 넣는다. 프레드는 그녀의 삶을 그렇게 ‘증언’하면서 다시 그 사랑에 빠진다. ⓒ네이버

이 영화는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꿈과 사랑을 이뤄나가는 사람의 성장 드라마다. 여전히 여성 리더에게 불리한 것들이 많은 남성 중심 사회, 사회 정의실현과 지구 환경에 대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스캔들을 빌미로 이권을 챙기려는 기득권과 정면 대결한다. 그래서 꿈도, 신념도, 커리어도, 사랑도 지켜낸다. 샬롯은 미국 최초 여성 대통령으로서, 프레드는 미국 첫 영부군(令夫君·퍼스트젠틀맨)이 되어 백악관에 입성한다.

이 커플은 인류가 추구하는 고결한 가치를 대부분 실현해낸 셈이다. 로맨틱 코메디의 전형을 따르지만 관객들을 불현듯 잊고 있던 꿈의 세계로 인도한다. 사실 살면서 대권주자가 된 첫사랑과 재회할 확률은 거의 없다. 계속 살아가야 할 인생의 의미(자신의 본성과 꿈)를 찾는 것은 좀 더 쉬워 보인다.

'롱샷'의 사전적 의미는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시도'다. 경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경우를 말한다. 그러면서도 영화는 '뭐든 저질러야 인생의 마법이 일어난다'고 관객들에게 속삭인다. 그리고 우리 모두 충분히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다독인다.

우리 금융 산업은 이 영화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얻을 수 있을까. 금융은 한명의 고객이 태어남과 동시에 죽을 때까지 그 고객과 동행한다. 꿈을 향한 그 사람의 인생 여정을 고스란히 함께 한다. 거래내역은 곧 고객의 삶의 궤적과 다름없다. 금융은 그 고객이 죽은 후에도 부고처럼 따라다닌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금융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예금과 적금·대출·보험·펀드 등 다양한 상품을 이용하지만 시스템이 어떤 방식으로 돌아가는지, 금융사가 자신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자세하게 알지는 못한다. 금융당국이 정규 교과과정에 '금융 교육'을 넣으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 ⓒ김남희 EBN 금융증권부 기자
금융사 자신에게 질문을 해야한다. 금융은 금융소비자에게 어떤 존재로 각인돼 있는가. 소비자 인생 여정에서 어떤 파트너가 되어 주고 있는가. 필요할 때만 나타나 상품을 추천하고 판매수당을 챙긴 뒤 연락이 두절되는 ‘철새설계사’인가. 대출로 집 사라면서, 비올 땐 우산 뺏는 고리대금업자인가. 반복되는 공포장과 침체장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도 있지만 좋은 기업을 찾아내려는 개미투자자들의 노력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 되고 있는가. 기업 투자정보는 어디까지 믿어도 될까. 감언이설로 가입하게 만들면서 그 상품의 끝은 아름다운가. 금융은 고객의 삶을 질적으로 나아지게 만들고 있는가. 장인정신과 사명감의 금융업인가.

금융사와 금융소비자. 언제든 와해돼도 이상하지 않을 비즈니스 관계인지, 삶의 여정을 함께 이겨내는 친구인지, 아니면 권력이 작동되는 갑을 관계인지 관계 재해석이 필요해보이는 요즘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우리나라 금융사의 금융포용 수준은 해외 대형 금융회사에 비해 미흡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소비자의 신뢰를 받으며 지속 성장하기 위해선 금융소비자를 중시하는 문화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도 같은 맥락 아닐까.

‘A은행과 B보험사, C증권사와 함께한 시간들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운이 좋았던 일이라 생각한다. 최적의 이자(수익률)와 서비스, 자세한 상담으로 인생에서 필요한 것들을 도움 받았다. 금융은 완전한 나의 가족이자 꿈의 동행인이다. 소중한 관계를 계속 이어가가고 싶다. 나를 계속 지켜달라.’ 금융 산업은 우리 인류로부터 이런 찬사를 받을 수 있을까. 판단은 금융소비자의 몫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