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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0.0% "디플레이션 아니다"

농축수산물·유가 하락과 유류세 인하 영향 겹치며 물가상승 억제
디플레이션 위험 매우 낮아 "무역분쟁 등 글로벌 불확실성 대비"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9-09-03 10:32

▲ ⓒEBN

지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역대 최저인 0.0%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최근의 낮은 물가상승률이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격 약세 등 공급측면에서의 일시적 요인 등에 따른 것일 뿐 디플레이션 징후로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나 미·중 무역갈등 등 불확실성으로 인해 저물가 흐름이 장기화될 경우 경제활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0%로 전월(0.6%) 대비 크게 하락했다고 3일 밝혔다.

올해 1~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5%로 지난해(1.5%)에 비해 오름세가 크게 둔화된데 이어 8월 상승률은 '제로'를 기록하며 역대 최저에 머물렀다.

한국은행은 수요측 물가압력이 약화된 가운데 농축수산물, 석유류 등 공급측 요인과 정부정책 측면에서의 물가 하방압력이 확대되며 소비자물가가 낮은 오름세를 지속한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농축수산물 및 석유류 등 공급측 요인의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한 후 연말에는 이러한 효과가 사라지면서 빠르게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 기조적 물가 오름세가 1%대 초중반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내년 이후에는 공급측 물가하방압력이 완화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유례 없는 저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나 정부는 이를 디플레이션 징후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소비자물가 구성품목 중 가격하락을 주도하는 품목수의 비중은 여전히 제한적인 상황이며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이 물가안정목표인 2% 수준을 나타내고 있어 자기실현적 물가하방압력을 어느 정도 제어하고 있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설명이다.

지난 1995년 디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했던 일본의 경우 이전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이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동조하며 빠르게 하락했다는 점도 올해 소비자물가의 낮은 상승률을 디플레이션 징후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국은행은 향후 예상하지 못한 충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전반적인 총수요가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물가 여건 뿐 아니라 경기상황, 자산시장 여건 등 보다 포괄적인 방식으로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을 평가하는 IMF의 디플레이션 취약성 지수(DVI, Deflation Vulnerability Index)를 산출해 보면 상반기 중 우리나라 디플레이션 위험도는 '매우 낮은' 단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들어 미·중 무역분쟁 심화,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물가상황과 경기여건을 면밀히 점검해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 주재로 거시정책협의회를 개최하고 최근 물가동향 등 거시경제 여건과 대응방향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지난 8월 개인서비스 등 기타품목의 가격상승세가 지속되면서 물가상승률을 0.92% 상승시켰으나 농축수산물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7.3% 하락하고 같은 기간 국제유가는 배럴당 73달러에서 59달러로 하락하며 물가상승률을 0.74% 낮췄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유류세 인하, 건강보험 적용 확대, 무상급식 등 복지정책이 확대된 것도 물가상승률을 0.20% 낮추면서 8월 물가상승률이 0% 수준을 기록했다.

김용범 제1차관은 "세계적인 저성장·저물가 흐름을 예의주시하며 우리 경제의 활력을 제고하기 위해 재정지출 확대 등 확장적 거시정책을 지속하고 수출·내수 활성화 등 기 마련한 대책을 추진하며 하반기 경기보강을 위한 대책도 조속히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도 "전 세계적으로 저인플레이션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주요국의 경우 유례 없는 완화적 통화정책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목표수준을 오랜 기간 하회하고 있다"며 "이는 경기순환적 요인 뿐 아니라 글로벌화, 기술진보 등 구조적 요인의 영향이 확대된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외개방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IT기술 보급과 온라인거래 확산 정도가 빠르고 급속한 인구 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의 영향을 더 크게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의 단기적인 물가변동요인과 함께 구조적 변화까지 감안해 물가상황에 대한 분석을 강화하고 경제주체들과의 소통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덧붙였다.